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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변이지만 괜찮아

    참 오래된 사진이지...2006년 이 사진 보면서.. 펑펑울고 ...다음날 사직서 냈었다."나 헛살고 있구나... 너무 내 앞만 보고 사느라.쌓인 눈도 다른 사람 발자국도 그림자도 못보고..."정말 가슴 찟어 후회하고 각오하고 다짐했는데.....2009년이젠 챙피하다.. 아 미련하고 답답한 머리와 가슴...잊고 또 앞만 보고 달렸으니...존재 자체로도 너무나 고마운 사람들...경쾌히 눈밟는 저 발 주인들.. 저 발들 쫓아 사진에 담은 사람까지..어느 겨울날 대학원 동기들과 술한잔 하고 찍은 사진들을 카페에 올렸다. 모임에 거의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동기가 나타나서, 이런 말을 했다. 카페에서 저 사진을 보고 울컥 했었다고. 그 후 그 녀석은 동기들 모임에 꼭 참석하려고 했고, 종종 어울렸다. 그러고 몇년..

    경청

    ACC 인문강좌. 정재찬 교수 7시 시작은 직장인에게는 좀 버겁다. 교통체증을 감안하면 6시 칼퇴근을 해도 이동시간은 촉박하고, 끼니는 엄두도 못내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예매한 사람도 6시40분까지 현장접수를 해야 좌석표를 받을 수 있다니. 여하간 무사히 시간 안에 도착해서 자리를 배정받고 앉았다. '톡투유'에서 익히 본 얼굴, 익히 들은 목소리. 익히 웃긴 유머. 2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어진간한 영화보다는 재미있었다.침묵까지 경청할 것. 오늘 강좌에서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 입 보다 귀를 열기 위해 내가 가지고 싶은 삶의 자세. 귀를 열면 마음도 열리는 것일까, 마음이 열려야 귀가 열리는 것일까. 설마 동시에 일어나는 일일까? 아직은 모른다. 경청은 공감과 지지를 위한 것이지, 문제의 해결을 위한..

    LP

    LP 한장 샀다. 처음으로 내돈 주고 산 거다. 집에 오래된 LP가 몇 장 있긴 한데, 아버지가 주워온(?) 것을 내가 슬쩍 해온 거다. Metallica의 명반 of 명반 'Master Of Puppets'도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상태가 그다지 좋지는 않다. 이번에 산 LP는 늑대보호운동가로도 유명한 엘렌 그리모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원래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의 판을 사려고 찾아보았는데 품절. 엘렌 그리모의 연주도 평이 좋다길래 사봤다. 디지털 음원에만 익숙해서인지, 아니면 싸구려 턴테이블을 저렴한 앰프에 물리고 입문용 스피커로 출력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음질'만 놓고 보면 우왓 할 일은 없다. 다만 조금은 불편하고, 약간은 느리고, 몸을 더 움직여야 하는 뭐 그런 아날로그스러운 맛..

    정하지 말 것

    생태주의나 사회주의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생태주의자나 사회주의자로 살 필요는 없다. 이념과 사상이 타인에게 과시하는 스타일이 되는 것은 좀 얄미운 일이지만, 반드시 삶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도 좀 그렇다. 이념과 사상이 삶이 되는 것은 스스로에게 근사한 일이고 타인에게 존중받을 일이다. 하지만 꼭 모두가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한다면, 그러한 이념과 사상이라면 난 도망가련다. 난 그렇게 이념과 사상에 충실한 삶에는 흥미도 없고 자신도 없으니까. 이념이 삶이 되는 것과 삶이 이념이 되는 것은 좀 다른 것이지 않나. 그런 생각도 좀 들고. 오랜만에 박홍규 선생의 근황을 기사에서 보았다. 긴 인터뷰를 꼼꼼히 읽으면서 '역시 박홍규!' 했다. 누구의 삶이든 존중받을 자격이 있지만, 존경받을 수 있는 삶은 흔하지 않..

    나이 들어간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는 신체적인 변화에서부터 감지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심경의 변화에서 먼저 느낄지도 모른다. 몸이든 마음이든 늙으면 변한다. 나는 몸이 늙는 것보다 마음과 정신이 늙는 것을 경계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또래 사람들은 서른 중반을 넘기면서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말은 대개 몸이 그렇다는 뜻이었다. 어쩌다가 몇년만에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어느새 흰머리가 늘었고, 표정의 생기는 잘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나는 마흔이 넘어서도 잘 몰랐다. 내가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실감은 나지 않았고,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고 느꼈다. 머리털이 더 많이 빠져나간 것 같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내가 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