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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을 위하여

    노회찬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안타까움이 끝이 없다. 어디선가 보았다.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결국 외로운 것이라고. 지울 수 없는 가난, 우울, 감당할 수 없는 슬픔 등을 자살의 원인으로 쉽게 생각하지만, 결국 외로운 것이라고.어제 오전 일하다가 포털사이트에서 '속보' 제목을 보고 나도 모르게 '뭐야 이거' 했었다. 심장이 좀 빨리 뛰는 것도 같았다. 몸이 좀 떨리는 것도 같았다. 오보인가, 바라기도 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노회찬의 죽음은 사실이었고, 이런 저런 뉴스들이 쏟아졌다. 하나 하나 읽고, 댓글도 읽고 아무리 읽어도 나는 그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다. 아니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노회찬은 진보정치의 아이콘이고 간판스타가 맞다. 진보정당은 그의 인..

    변산 : 어찌할 수 없음에 대하여

    나는 배우보다는 감독을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편이다. 어떤 감독들의 영화는 개봉을 기다리고, 꼭 챙겨서 본다. 그런 감독들 중 한명이 이준익 감독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감독 중에서 어쩌면 가장 대중적이고 가장 쉬운(?)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감히 내맘대로 인간성을 평가한다면, 이준익 감독은 정말 인간적인 사람일 것 같다. 내가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까닭은 영화의 밑바닥에서 조차 잃지 않는 휴머니티일지도 모른다. 나 보다는 나 뭐 이런 영화가 인간 이준익과 가장 가까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겁나게 웃기다가 울컥하게 만들고, 급기야 눈물을 흘리게 하고 결국엔 '그래,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라는 생각에 안도하게 만든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거, 이준익 감독 영화의..

    여름을 싫어할 수 없는 이유

    습하고 덥다. 한낮의 햇볕은 살갗을 녹일 듯 내리쬔다. 여름은 힘든 계절이다. 에어컨 덕분에 여름을 견디는 것도 맞지만, 여름을 싫어만 할 수 없는 까닭은 구름 때문이다.특히 태풍이 지나간 뒤 남은 구름의 풍경은 넋 놓고 바라보기에 충분하다. 이런 구름은 다른 계절에는 볼 수 없고, 여름에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아, 그리고 여름은 자전거 타기에 겨울보다는 나은 계절이다. 겨울에는 보온과 방풍을 위해 옷을 껴입고 온몸에 빈틈없이 장구류를 갖추느라 몸이 둔해진다. 하지만 여름에는 무엇보다 몸이 가볍다. 반바지를 입어서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자외선에 그을리긴 해도 페달링에 전혀 걸리적 거리지 않는다. 단 5분의 페달링에도 온몸은 불타는 듯 뜨겁고, 땀은 비오 듯 떨어지지만 여름 라이딩은 생각보다 지옥은 아..

    나의 투표 원칙

    나는 투표가 '신성한 국민의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민은 오직 투표할 때에만 자유롭고 투표를 마치고 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는 루소의 말에도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투표할 때에도 우리는 노예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투표권이 있는 한 거의 투표를 했다. 어찌되었든 투표는 현실정치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긴 하니까. 그 영향력이란 것이 당선과 함께 사라지는 허무한 것이라 하더라도. 딱 한번 기권을 한 적이 있다. 기권과 무효표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결국 기권을 선택했다.징역살이 하면서 처음 진보정당에 관심을 가졌고, 엄마 아빠의 아들이라는 사실보다 민주노동당 당원임을 더 자랑스러워 했던 시절도 있었다. 민주노동당 당원 사진동호회 운영위원도 맡고, 최초로 당선된 당 비례대표 광역의..

    버닝 : 이제 체계를 불태워봐

    *영화 '버닝'에 대한 스포일러 있음. 모든 것은 모호하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다. 벤이 해미를 살해했을 것이라는 의심은 있지만, 확신은 없다. 종수는 기껏 고물 트럭을 타고 벤의 뒤를 미행하지만, 금새 들켜버리고 벤의 포르쉐는 유유히 고물 트럭을 따돌린다.친절하게도 영화는 벤이 연쇄살인마이거나 소시오패스라는 여러 정황들을 보여준다. 늘 웃고 있고 매너와 여유를 보여주지만, 금새 지루해하고, 울어본 적이 없으며, 음식을 하는 이유는 '내 마음대로 만들어서 먹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스스로에게 제물을 바친다는 의식을 엿보게 한다. 벤의 집에는 연쇄살인마의 전리품처럼 여성의 물건들이 수집(!)되어 있다. 종수는 해리가 찼던 것과 같은 손목시계를 벤의 집 화장실에서 발견하지만, 이 역시 직접 증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