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

    역시 개 새끼는 똥개 새끼가 제일 이쁘다. 2004년 1월 새해맞이 무등산 산행 중 약사사에 들렀다가 발견한 놈들. 원래 둘이 대가리 맞대고 밥 먹고 있었는데, 저 아래 식사 중이신 놈이 뒤에 앉아 있는 놈을 무자비하게 밀어내버리고 밥그릇을 독차지한 상황. 별다른 저항도 못해보고 밥그릇을 빼앗긴 놈이 어찌나 처량하게 쳐다보던지 안아주려고 했으나, 그순간 홀연히 나타난 스님 가라사대, '이놈들 옴 옮았으니 만지지 마시오' 하더라. 스님의 경고가 떨어지기 무섭게 나는 '스님, 안녕히 계세요'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나의 첫 디지털카메라 올림푸스 C-2000Z로 찍었다. 이 때만 해도 디지털카메라라는 말조차 낯설었던 때다. 사진 찍고 그 자리에서 LCD로 보여주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우와우와 하던 그런 시절...

    '이념적 소비'의 이념

    '이념적 소비'라는 아주 아름다운 표현이 등장했다.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씨의 작품이다. 마트에는 거의 가질 않아서 몰랐는데, 이마트에서 피자'마저' 파는 모양이다. 동네 피자집보다 더 큰 피자를 더 싸게 판단다. 그래서 재미를 좀 보는 것 같다. 어느 트위터러가 정용진씨의 트위터에 '소상점을 죽이는 공략을 포기해달라'는 요지로 의견을 보냈고, 이런저런 트윗이 오가는 중에 정용진씨는 (소비자들이 동네상점보다 마트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라며 '본인은 소비를 실질적으로 하시나요 이념적으로 하시나요?'라는 물음을 던졌다. 나는 정용진씨가 이런 질문을 한 속내를 알지 못한다. 다만 '소비자는 이념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라는 게 정용진씨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짐작만 할 뿐이다. '이념'..

    노다메 칸타빌레 최종악장 Vol.1

    극장 가서 보고 왔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영화나 드라마나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냥 TV드라마를 극장 스크린에서 본다는 것 뿐. 스토리의 얼개는 항상 똑같다. 치아키에게 어떤 과제가 주어지고 우여곡절 끝에 훌륭하게 수행해낸다는 식. 여기에 노다메와의 코믹 로맨스가 있고, 만화스러운 코믹과 주변 인물들의 우스꽝스런 연기가 양념 노릇을 한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가 그랬다. 영화판이라면 극장에서 상영되는 장편 시트콤, 뭐 그렇게 보면 맞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그저 그렇다는 말이냐 하면, 아니올시다. 는 아주 사랑스럽다. 우에노 주리의 노다메 연기는 전매특허 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케와키 치즈루가 노다메 역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우에노 주리의 노다메는 한마디로 딱이다. 우에노 주리가..

    with a cup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방방 뜨게 만드는 월드컵 뭐 그런 컵은 아니다만. 날마다 적어도 한번 이상은 쓰게 되는 컵. 물 마실 때도 쓰고, 차 마실 때도 쓰고, 술 마실 때도 쓰는 그 컵. 자주 쓰게 되지만 자기 컵 갖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딜 가나 간편하게 쓰고 버릴 수 있는(게다가 거의 공짜이기까지 하다) 종이컵 같은 일회용 컵들이 완비돼 있으니까. 알고 보면 한국은 진짜 편한 사회다.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데 있어선 강대국(?)이다. 종이컵이라 사람들은 대개 별다른 의심을 갖지 않지만, 이게 그냥 종이로만 만들어졌을 리 없잖아. 진짜 종이컵이라면 물이 들어가면 버텨내겠냐고. 종이컵의 안쪽에는 종이가 물에 젖지 않게 하기 위해 폴리에틸... 뭐시기라는 화학적 코팅 물질이 발라진다. 뜨거운 물..

    사람 잡는 시간표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다 수능개편안까지 (국)영수 몰입교육으로 가차없이 내달리는 가카의 교육정책. 2011학년도 임용시험 공고를 앞두고 임고생들은 이미 정신적 공황상태. 상황이 워낙 막장이라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그런가. 서로 헐뜯고 난리다. 좌우를 막론하고 미래학자들이 통합과 통섭을 미래의 핵심 가치라고 설파하고 있는 마당에 가카의 한국은 거침없이 후진한다. 이 정도면 학부모들과 교사들부터 들고 일어나야 할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학생들은 어떨까? 프랑스나 독일처럼 거리로 나설 .........................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고. 정말 답 안나온다. 이 정도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 중에 아이들에게 이토록 가혹한 나라가 또 있을까? 이따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