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행동하지 못했다.

시내에서 볼 일을 보고 학교로 돌아왔다.
배가 고파서 바로 1생 학생식당으로 갔다.
식권 판매소로 가서 줄을 섰다.
내 앞에는 한 여성이 꼬마 아이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던 아이는 급기야 엄마의 손을 놔버리고 저만치 가서 혼자 막 돌아다닌다.
아이가 걱정된 그 여성은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식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하니까 아이를 다시 데리러 가지도 못하는 눈치다.
엄마의 속도 모르고 아이는 돌아오라는 엄마의 말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 여성이 식권을 살 차례가 되었는데 아이를 지켜보랴, 식권값을 치르랴 안절부절 못하는 게 역력했다.
나는 바로 뒤에서 그 광경을 느긋하게 지켜보고만 있었다.
최소한 서두르라고 눈치를 주지는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밥을 타와서 혼자 테이블에 앉았다.
밥을 먹다가 아차 싶었다.
왜 나는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을까.
내가 아이를 데려 오든지, 아니면 대신 식권을 사놓을테니 아이에게 가보시라고 말할 수도 있었잖은가.
생면부지의 사람이지만, 그 정도 도움은 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때에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배려하고 돕는다는 것이 여전히 체화되지 못하고, 관념 속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다.

반성하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