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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대학 시절에는 부산, 전주, 부천 등 국제영화제를 찾아다녔는데, 어찌된 일인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국제영화제를 찾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놀지 못하는 일은 돈보다는 마음이 없을 때 더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어쩌다 소식을 듣기만 했는데, 올해엔 드디어 다녀왔다. 1박2일 일정이 아쉬웠지만, 고대했던 '원 썸머 나잇'의 마지막 밤을 즐긴 것만으로도 풍족했다.해질녘 입장한 청풍호반무대는 자체만으로도 낭만적이다. 오바하자면 영화제에 와서 영화는 안보고 '원 썸머 나잇' 하나만 즐겨도 좋다. 가수들의 공연도 좋았지만, 시네마콘서트는 와 기대 이상이다. 커다란 무대의 스크린에는 흑백 무성영화 이 상영되고, 생태주의 어쿠스틱 밴드 '신나는 섬'이 영화 속 장면과 근사하게 어울리는..

    어느 가족 : 불완전하니까 가족이다

    *아래 글에는 영화 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은 2018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조금은 유명해졌다. 더 유명해지기 전에 봐야지 하고 광주극장 예매. 조금만 움직여도 이마에 땀이 나서 숨만 겨우 쉬면서 영화를 봤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참으로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래도 아직 살아남아 있어서 고마운 광주극장.은 줍고 주워지는 관계로 이뤄진 가족을 보여준다. '줍는 행위'와 '훔치는 행위'는 얼마나 같고 또 얼마나 다른가에 대하여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면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먼저 버려진 사람들로 구성된 이 가족을 소개해보자.할머니 하츠에 : 바람난 남편으로부터 버림 받았지만, 그 남편의 죽음 덕분에 연금을 받고 낡은 집에서..

    변산 : 어찌할 수 없음에 대하여

    나는 배우보다는 감독을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편이다. 어떤 감독들의 영화는 개봉을 기다리고, 꼭 챙겨서 본다. 그런 감독들 중 한명이 이준익 감독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감독 중에서 어쩌면 가장 대중적이고 가장 쉬운(?)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감히 내맘대로 인간성을 평가한다면, 이준익 감독은 정말 인간적인 사람일 것 같다. 내가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까닭은 영화의 밑바닥에서 조차 잃지 않는 휴머니티일지도 모른다. 나 보다는 나 뭐 이런 영화가 인간 이준익과 가장 가까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겁나게 웃기다가 울컥하게 만들고, 급기야 눈물을 흘리게 하고 결국엔 '그래,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라는 생각에 안도하게 만든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거, 이준익 감독 영화의..

    버닝 : 이제 체계를 불태워봐

    *영화 '버닝'에 대한 스포일러 있음. 모든 것은 모호하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다. 벤이 해미를 살해했을 것이라는 의심은 있지만, 확신은 없다. 종수는 기껏 고물 트럭을 타고 벤의 뒤를 미행하지만, 금새 들켜버리고 벤의 포르쉐는 유유히 고물 트럭을 따돌린다.친절하게도 영화는 벤이 연쇄살인마이거나 소시오패스라는 여러 정황들을 보여준다. 늘 웃고 있고 매너와 여유를 보여주지만, 금새 지루해하고, 울어본 적이 없으며, 음식을 하는 이유는 '내 마음대로 만들어서 먹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스스로에게 제물을 바친다는 의식을 엿보게 한다. 벤의 집에는 연쇄살인마의 전리품처럼 여성의 물건들이 수집(!)되어 있다. 종수는 해리가 찼던 것과 같은 손목시계를 벤의 집 화장실에서 발견하지만, 이 역시 직접 증거가 ..

    공동정범 : 불편하더라도 또다른 진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화재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사망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솔직히 궁금한 게 많았다. 2009년 1월 20일 이후 '용산'을 생각할 때면 '진실'에 대한 궁금증은 어김없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들이 풀린다고 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큐영화 '공동정범'은 진실의 또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용산 참사의 공동정범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징역살이를 하고 출소한 생존자 5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동정범'은 첫번째 이야기 격인 '두 개의 문'과는 다른 결을 갖고 있다. '두 개의 문'이 다양한 증거와 증언을 토대로 참사의 실체를 들여다보려고 했다면, '공동정범'은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당시 용산 남일당 건물에 있던 사람들은 용산 철거민만 있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