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접속

    누구나 '내 인생의 영화'라 할만 한 영화들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욕심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기준이란 게 고무줄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그 목록이 조금 긴 편이다. 그래도 상위에 자리를 잡은 영화는 손으로 꼽을 정도이긴 하다. 그 중 한 편이 영화 이다. 은 1997년에 개봉했지만, '내 인생의 영화' 목록에 오른 것은 몇년 되지 않았다. 을 세번째 보았다. 이번엔 사운드트랙이 귀에 팍팍 꽂혔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에는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잘 몰라서, 'Pale Blue Eyes'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엔딩에 나오는 'A Lover's Concerto'를 훨씬 더 좋아했더랬다. 97년 당시 PC통신을 소재로 한 멜로 영화라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신선한 접근이었다. 10년 하고도 2년이..

    매직 아워

    하루 중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언제일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해가 진 후 완전히 어두워지기 직전까지 시간대를 꼽을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다. 이 시간대를 '매직 아워'라고 한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1시간 안팎으로 짧은 시간대다.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는 야간촬영을 위한 최적의 시간대로 알려져 있다. 세상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시간대가 바로 매직 아워다. 이걸 제목으로 달고 나온 일본 영화 . 겁나게 웃긴다. 요즘 재미있는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마다 대답하기 참 궁색했는데, 요건 추천한다. 캔맥주 하나 까고, 오징어 질겅질겅 씹으면서 키득거리기에 딱인 영화다. 사토 코이치의 연기는 꽤나 능청스럽고, 의 츠마부키 사토시도 반갑다. 아야세 하루카도 조연으로 출연..

    하품

    봤음. 박찬욱 영화를 하품 쩍쩍 하면서 보게 될 줄 상상도 못했음. 말도 안되게도, 박찬욱에 실망하고 박찬옥의 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함. 정도만 해줘도 박찬옥에 감사해야 함.

    어긋남, 다시 마주 보기 위하여

    #1 사랑을 하면 하나가 될 수 있는 걸까? 사람들은 하나가 된다는 걸 어떤 의미로 생각하는 것일까? 구태한 주례사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처럼 결혼을 하면 하나가 되는 것일까? 좀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사랑을 하면 하나가 되는 일이 가능하기는 하냐고. #2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원통형 인간'이었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 양성이 한 몸으로 이뤄진 원통형 인간. 이들이 신에게 도전하기 시작하자, 분노한 제우스가 원통형 인간을 반으로 잘라버렸다. 이 신화로부터 후대의 사람들은 잃어버린 반쪽을 찾고자 하는 욕망을 원초적 에로스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원래 하나였으니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 인간은 에로스적 욕망을 좇으며 살아간다는. #3 열 다섯살 소년과 서른 여섯 여인의 사랑. 마이클과 ..

    <바더 마인호프>가 남긴 콤플렉스

    조OO 선생님과 함께 광주극장에서 를 봤다. 상영시간이 2시간 20분쯤 되어 좀 긴 편인데 지루함을 느낄 새는 없다. 솔직히 이 영화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평하고 싶지는 않다.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대해서 말하려면 폭력의 문제를 반드시 짚어야 하는데, 내 견해가 애매모호하다. 인민의 폭력 전에는 반드시 강자, 왕, 국가, 자본의 폭력이 선행된다는 점. 다시 말해 인민이 먼저 폭력을 선택한 적은 역사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비폭력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 평화롭고 안전한 상황에서 떠드는 비폭력주의보다는 생존과 안위와 생명이 위협받는 폭력적 상황에서 발휘되는 비폭력주의야 말로 진짜라는 점.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주장은 항상 강자들의 논리이고, 강자의 폭력을 당하는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