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63

장강7호

주성치에게는 매니아스러운 팬들이 많다. 주성치의 이름만 달고 나와도 한 치의 의심도 갖지 않고 극장을 찾는 그런 팬들. 나는 그런 경지까지는 아니지만 주성치 영화를 좋아하고 즐겨 보는 편이다. 도 주성치의 영화이기 때문에 선택의 고민 없이 보게 되었다. 나에겐 주성치 특유의 코믹과 감동 모두 별로였다. 물론 주성치는 죽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몇번이고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여전히 주성치이기 때문에 가능한 코믹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 영화에서 주성치가 전면에 나서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작정하고 아동용으로 만든 것 같다. 그래도 주성치 영화는 언제나 즐겁다. 이번 영화는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련다. 다음을 기대한다. 주성치!

movie 2008.08.26

세상을 가장 간단하게 가두는 방법

"다른 사람과 다르게 사는 것이 걱정되지 않아요?" "다른 사람과 다르게 살기 때문에 안심이 되는걸. 당신 이런 이야기 알아요? 들판에 풀려 있는 양떼들을 가둘 울타리를 나무를 가장 적게 들이고 치는 방법." "......" "난 내 몸 둘레에 울타리를 치고 내가 바깥이 되기로 했어요. 구질구질한 세상을 가장 간단하게 가두는 방법은 나 자신이 바깥이 되는 거지. 아웃사이드의 철학이요." -전경린 소설 에서 미흔과 규의 대화- 영화 에서 '인규'는 별로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었다. 물론 이종원의 연기는 꽤 인상 깊었지만. 자유로운 듯 하면서도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 바람끼가 다분한 듯 하면서도 외로운 느낌을 주는. 영화에서 '인규'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건 상대적인 이야기다. 소설에서 '규'의 ..

movie 2008.08.20

성인이 된 남자가 싫다

영화 에서 재섭은 소희에게 독백처럼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성인이 된 여자가 싫어. 남자도." 나는 성인이 된 남자가 싫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좁은 길에서 보행자 여럿이 길을 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가 가까이 다가가면 모두 뒤를 돌아본다. 경험상, 이 때 몇 가지 유형의 장면이 펼쳐진다. #1. 그들이 모두 여성일 경우 : 95% 이상 즉시 길을 터준다. #2. 그들이 모두 남성일 경우 : 반반이다. #3. 남성과 여성이 섞여 있을 경우 : 여성들은 옆으로 피한다. 남성들은 뒤를 흘깃 쳐다보고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제 갈길 간다. 와우! 남자답다(?). 자전거가 지나갈 수 없음을 인지한 여성이 그 남성을 옆으로 끌어당긴다. #4. 남녀 커플일 경우 : 반반이다. 남성이 여성을 보호하..

movie 2008.08.16

영화로 보는 상담이론?

교육학 중 상담 파트 공부하다가 절묘한 예제가 떠올랐다. 영화 에서 나오는 한 장면이다. 소희 : "저 임신했어요. 너무 무서워요." (재섭과는 무관함) 재섭 : "어떻게 할거니?" 소희 : "허. 역시 어른은 다르군요. 어떡해요?" 재섭 : (잠시 당황한다)"힘들었겠구나." --> 공감적 이해 소희 : "안 물어봐요?" 재섭 : "뭘?" 소희 : "누구 애냐, 학생으로써 그럴 수 있느냐..." 재섭 : "너 애잖아. 그럴 수 있어." --> 수용적 존중 '공감적 이해'는 상담자와 내담자가 상담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요건 중 하나다. 내담자의 말과 행동(관찰 가능)으로부터 감정이나 태도, 신념(관찰 불가능) 등에 대한 의미를 포착하는 것을 뜻한다. '수용적 존중'은 내담자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으로..

movie 2008.08.03

<버스, 정류장>의 재발견

루시드 폴의 음악을 듣다가, 문득 다시 보고 싶어졌다. . 처음 본 게 4년전인가. 가물가물하다. 잔잔한 멜로물로만 기억에 남아 있던 영화. 완전한 재발견이다. 다시 보지 않았다면 천추의 한으로 남았을 만큼. '재섭'의 나이 서른둘. 지금 나와 같다. 감정이입이 제대로다. 완전 몰입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소름이 끼친다. '재섭'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왠지 나를 보는 것 같다. 마음이 시큼하다. 이건 단순한 멜로드라마가 아니다. 상처입은 영혼에 대한 담담한 스토리다. 참고로, '재섭'이 일하는 학원의 학생으로 윤진서가 출연한다. 이것도 재발견. 소름 끼치는(?) 대사를 받아 적었다. 김준호 : "말 좀 해라 짜샤. 오랜만에 나와서 가만히 있냐. 재미없게." 김재섭 : "니네 얘기 재미있게 듣고 있..

movie 2008.07.08

<어느날 그 길에서>-도로의 폭력성 고발

나는 동물을 특별히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도 없다. 그런데도 로드킬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를 꼭 보고 싶었던 까닭은 도로에 투영돼 있는 인간문명의 폭력성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로에서 죽임을 당한 동물들의 수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연구팀 3명이 120km 길이의 도로에서 3년여간 확인한 로드킬은 5천건이 훨씬 넘는다. 전국의 고속도로 3000km를 이틀 동안 다니면서 발견한 로드킬은 무려 1천여건. 한국의 도로가 총연장 10만km에 달한다고 하니 확인되지 않은 로드킬의 수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황윤 감독은 평소 보고 싶었던 동물 친구들을 도로에서 다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생명을 빼앗긴 뒤였다.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어 의식불명에 빠진 삵을 연구팀이 발견하..

movie 2008.04.13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Hey Jude'가 최고!

비틀즈의 음악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했다. 감독은 누구인지, 출연배우들은 어떤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솔직히 내가 가진 기대가 작품성이나 새롭게 편곡된 비틀즈 음악을 향한 것이었다고 보긴 어렵다. 어떤 영화가 탄생했을까 하는 평범한 궁금증이 기대의 태반이었다. 이 영화는 비틀즈 음악 33곡에서 캐릭터와 스토리의 모티브를 가져왔다. 비틀즈는 60~7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가장 대중적으로 노래할 줄 알았다. 상업적인 것이 곧 대중적인 것이 되기 십상이라는 점에 비추어, 비틀즈의 대중성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비틀즈의 음악이 그렇듯, 영화 도 사랑과 젊음, 시대의 혼돈과 아픔, 부조리를 다룬다. 영화는 모든 면에서 비틀즈에 충실하다. 사랑으로 세상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려고 했..

movie 2008.04.11

<식코>- 의료의 목적은 돈이 아니다

마이클 무어가 이번에는 미국의 민간 의료보험체제를 들쑤셔 놓고 있다. 새 다큐멘터리 영화 (SiCKO)에서 마이클 무어는 미국의 의료보험정책이 자국민들의 건강을 내팽개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에는 전국민 의료보험체제라는 게 없다. 한국에서 의무가입인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체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자신의 소득에 따라서 사기업의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물론 빈곤층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제도가 있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상 별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마이클 무어는 이 영화에서도 특유의 유머가 넘치는 풍자를 보여준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쉽고 명료하게 드러내준다. 그의 전작들을 두루 봐왔던 탓일까? 에서는 약간의 식상함이 느껴졌다. 미국의 의료보험체제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대충이나마..

movie 2008.02.14

<자유로운 세계>- 그는 어쩌다 그리 되어버렸을까?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이 이 영화의 주제가 되었다면, 무척 시시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슬픈 감동이나 격한 분노 따위가 가능했을지는 몰라도, 어떠한 '논쟁'을 제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영화 가 그랬던 것처럼. 는 역사 해석이 개입된 영화적 재구성이 아닌, 단순 사실들의 나열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묵직한 화두를 던져주는 다큐영화가 된 것도 아니다. 그저 '울어라', '분노하라'는 불편한 도덕적 강요로 도배질된 신파극에 그쳤다. 또 항쟁의 주체보다는 천인공노할 학살만행의 순수한 피해자를 보여주는 데 급급했다. 그래서 강도는 높았지만 간직될 수는 없는 눈물과 분노만 가능했을 뿐이다.(나는 영화를 보고 울지도 분노할 수도 없었지만) 이런 점에서 는 와 정반대의 길을 간다. 켄 로치는 착취당하는..

movie 2008.02.10

둔해빠져 있다가는 괴물에게 잡아 먹힌다

영화 을 다시 보았다. 의도적으로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기 위해 귀를 쫑긋거리며. 처음 봤을 때 영상에 집중하느라 놓쳤던 명대사들이 넘쳐난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블랙코미디와 같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 중에서 압권은 영화 초반에 바로 나와버린다. 영화는 미군부대 내에서 포름알데히드가 싱크대 위에서 버려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 한강 잠수대교 부근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이 이상하게 생긴 물고기(?)를 발견하고 컵으로 낚아 올린다. 신기해서 만져보려다가 손가락을 물리고 놓쳐버린다. 그 다음 장면은 비오는 한강 다리 위. 양복 입은 남자가 다리 난간에 기대어 투신하려고 한다. 다리 아래 한강을 내려다보는데 뭔가 있다. 그를 말리려고 쫓아온 사람들에게 '밑에 크고 검은 게 있어'라고 말하지만, ..

movie 2008.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