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마이 웨이

    (내가 본)거의 모든 성장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남들이 뭐라든 'my way'를 찾아가라고 말한다. 아직 마이 웨이를 모르는 자에게는 그걸 찾으라고 하고, 마이 웨이를 포기하고 먹고 사는 현실을 택한 자에게는 다시 한번 '마이 웨이'를 외칠 것을 권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같은)진실한 성장 영화는 그 결말이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즐거운 인생' 같은)따뜻한 성장 영화는 마이 웨이의 행복감을 화면 가득 채워준다. 좌우당간에 성장 영화들은 '마이 웨이'가 제대로 된 인생이 아니겠냐고 한다. 인생의 희노애락 따위는 평정심으로 대할 수 있을 법한 노인이 홀연히 나타나 좌절하고 방황하는 청춘의 어깨를 감싸며, '힘들어도 네 마음이 가리키는대로 하라'고 조언해주고 쓰윽 사라지는. 그리고 우리의 ..

    복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이걸 처음 봤을 때 완전히 반해버렸어요. 내가 20대 때 사랑했던 여자와 똑같이 닮았어요. 이게 내 복수죠." "복수?" "그림 속에 갇혀 있잖아요. 나는 보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볼 수 있죠. 그녀는 한마디도 못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어요." '복수'에 대한 재미있는 견해라서 옮겨둔다. 머리 속에 비워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나는 가끔 프랑스 영화를 고른다. 철학 책 읽는 것처럼 골치 아픈 프랑스 영화를 보면 딴 생각이란 확실하게 떨쳐낼 수 있으니까. 최소한 영화 보는 동안에는. 사전 정보 없이 고른 는 골치가 아니라 마음을 아프게 하는 영화다. 그래서 잘못된 선택. ㅋ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의 연기는 어떤 경지에 오른 것 같다. 시체가 관에서 ..

    경계도시2 - 누가 레드콤플렉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홍형숙 감독의 시사회에 다녀왔다. 이 다큐영화는 송두율이라는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한국 사회가 유린하고 무릎 꿇게 만들고, 그 뒤 동시에 합심이라도 한 듯 집단적으로 망각한 사건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처참한 지적 수준과 앙상한 교양을 끄집어 낸다. 여기에는 진보세력이나 시민사회단체 세력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증언한다. 물론 '개인보다는 운동대오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명분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송두율씨에게 사실상 전향을 '훈수'한 것은 진보세력조차 레드콤플렉스를 뛰어넘지 못했음을 자인한 것이었다. 극우세력은 성난 얼굴로 송두율씨에게 전향하라고 윽박지르고, 진보세력은 안타까운 얼굴로 전향을 요청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가보안법에 희생당하고, 국가보안법을 온몸으로 반대하지만, 결국 국가보안법의 프레임..

    자본이 만든 영화, <아바타>

    지난 2월 17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영화평론가 정성일씨의 강연에 다녀왔다. 그런데 왜 뒤늦게 글을 올리게 되었을까? 사진이 이제서야 도착했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라는 점 밝혀둔다. ㅋ 그건 그렇고. 이날 강연은 7시를 조금 넘겨 시작했는데 중간에 한번 쉬고 11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무려 4시간 동안 계속된 강연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나는 한번도 졸지 않았다. 물론 졸릴만한 강연이었다면 애초에 가지도 않았을테지만. 나는 정성일의 영화평을 꽤 지지하는 편이다. 물론 그의 글은 머리에 쥐가 나도록 난해하다. 적어도 독자에게 친절한 글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날 강연은 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강연의 주제는 '아바타와 한국영화의 미래'였다. 아바타의 현란한 화면에 눈이 멀어버린 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2007년 1월 30일 독일 영화 독일 사회의 파시즘을 냉랭한 시선으로 파헤친 감독 파스빈더의 작품이다. 남편은 죽고 자식들은 떠나버려 홀로 지내는 50대 여성 청소부가 있다. 그는 독일인이다. 술집에서 우연히 아랍 남자를 만난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다. 둘은 사랑한다. 인종과 국적, 스무살 넘게 차이 나는 나이 따위는 장벽이 아니었다. 장벽은 타인들의 시선이다. 둘을 바라보는 타인들, 사회의 시선은 따갑기 그지없다. 그들의 미천한 신분, 인종적 차이, 나이 차이를 용납할 수 없었던 거다. 사랑이 언제부터 용납의 대상이 되었을까? 나에게 이 영화가 참으로 크게 다가왔던 이유는 단순히 파스빈더의 사회의식 때문은 아니었다. 파스빈더는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착하고 성실한 아랍 남자에게 주변 사람들은 그를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