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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가장 간단하게 가두는 방법

"다른 사람과 다르게 사는 것이 걱정되지 않아요?"
"다른 사람과 다르게 살기 때문에 안심이 되는걸. 당신 이런 이야기 알아요? 들판에 풀려 있는 양떼들을 가둘 울타리를 나무를 가장 적게 들이고 치는 방법."
"......"
"난 내 몸 둘레에 울타리를 치고 내가 바깥이 되기로 했어요. 구질구질한 세상을 가장 간단하게 가두는 방법은 나 자신이 바깥이 되는 거지. 아웃사이드의 철학이요."
-전경린 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에서 미흔과 규의 대화-


 영화 <밀애>에서 '인규'는 별로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었다. 물론 이종원의 연기는 꽤 인상 깊었지만. 자유로운 듯 하면서도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 바람끼가 다분한 듯 하면서도 외로운 느낌을 주는.
영화에서 '인규'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건 상대적인 이야기다. 소설에서 '규'의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이었다는 말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었을 때, 원작을 능가하는 재미를 주는 작품은 매우 드물다.
영화 <밀애>는 좋은 작품이긴 했으나, 나는 소설이 더 좋았다.
<밀애>가 소설보다 더 좋았던 장면이 있긴 하다.

미흔과 인규가 마지막 섹스를 하는 장면.
둘은 격정에 휩싸이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생각도 못했다. 그런 장면에서 둘이 눈물을 흘릴 줄은.
나중에 알고보니 애초 시나리오에 없었는데 배우 김윤진과 이종원이 촬영 현장에서 의견을 낸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쓰고 보니까 제목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글이 되어버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