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63

마이 웨이

(내가 본)거의 모든 성장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남들이 뭐라든 'my way'를 찾아가라고 말한다. 아직 마이 웨이를 모르는 자에게는 그걸 찾으라고 하고, 마이 웨이를 포기하고 먹고 사는 현실을 택한 자에게는 다시 한번 '마이 웨이'를 외칠 것을 권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같은)진실한 성장 영화는 그 결말이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즐거운 인생' 같은)따뜻한 성장 영화는 마이 웨이의 행복감을 화면 가득 채워준다. 좌우당간에 성장 영화들은 '마이 웨이'가 제대로 된 인생이 아니겠냐고 한다. 인생의 희노애락 따위는 평정심으로 대할 수 있을 법한 노인이 홀연히 나타나 좌절하고 방황하는 청춘의 어깨를 감싸며, '힘들어도 네 마음이 가리키는대로 하라'고 조언해주고 쓰윽 사라지는. 그리고 우리의 ..

movie 2010.04.02

복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이걸 처음 봤을 때 완전히 반해버렸어요. 내가 20대 때 사랑했던 여자와 똑같이 닮았어요. 이게 내 복수죠." "복수?" "그림 속에 갇혀 있잖아요. 나는 보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볼 수 있죠. 그녀는 한마디도 못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어요." '복수'에 대한 재미있는 견해라서 옮겨둔다. 머리 속에 비워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나는 가끔 프랑스 영화를 고른다. 철학 책 읽는 것처럼 골치 아픈 프랑스 영화를 보면 딴 생각이란 확실하게 떨쳐낼 수 있으니까. 최소한 영화 보는 동안에는. 사전 정보 없이 고른 는 골치가 아니라 마음을 아프게 하는 영화다. 그래서 잘못된 선택. ㅋ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의 연기는 어떤 경지에 오른 것 같다. 시체가 관에서 ..

movie 2010.03.26

경계도시2 - 누가 레드콤플렉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홍형숙 감독의 시사회에 다녀왔다. 이 다큐영화는 송두율이라는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한국 사회가 유린하고 무릎 꿇게 만들고, 그 뒤 동시에 합심이라도 한 듯 집단적으로 망각한 사건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처참한 지적 수준과 앙상한 교양을 끄집어 낸다. 여기에는 진보세력이나 시민사회단체 세력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증언한다. 물론 '개인보다는 운동대오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명분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송두율씨에게 사실상 전향을 '훈수'한 것은 진보세력조차 레드콤플렉스를 뛰어넘지 못했음을 자인한 것이었다. 극우세력은 성난 얼굴로 송두율씨에게 전향하라고 윽박지르고, 진보세력은 안타까운 얼굴로 전향을 요청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가보안법에 희생당하고, 국가보안법을 온몸으로 반대하지만, 결국 국가보안법의 프레임..

movie 2010.03.24

자본이 만든 영화, <아바타>

지난 2월 17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영화평론가 정성일씨의 강연에 다녀왔다. 그런데 왜 뒤늦게 글을 올리게 되었을까? 사진이 이제서야 도착했다는 이유 때문은 아니라는 점 밝혀둔다. ㅋ 그건 그렇고. 이날 강연은 7시를 조금 넘겨 시작했는데 중간에 한번 쉬고 11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무려 4시간 동안 계속된 강연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나는 한번도 졸지 않았다. 물론 졸릴만한 강연이었다면 애초에 가지도 않았을테지만. 나는 정성일의 영화평을 꽤 지지하는 편이다. 물론 그의 글은 머리에 쥐가 나도록 난해하다. 적어도 독자에게 친절한 글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날 강연은 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강연의 주제는 '아바타와 한국영화의 미래'였다. 아바타의 현란한 화면에 눈이 멀어버린 한..

movie 2010.03.10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2007년 1월 30일 독일 영화 독일 사회의 파시즘을 냉랭한 시선으로 파헤친 감독 파스빈더의 작품이다. 남편은 죽고 자식들은 떠나버려 홀로 지내는 50대 여성 청소부가 있다. 그는 독일인이다. 술집에서 우연히 아랍 남자를 만난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다. 둘은 사랑한다. 인종과 국적, 스무살 넘게 차이 나는 나이 따위는 장벽이 아니었다. 장벽은 타인들의 시선이다. 둘을 바라보는 타인들, 사회의 시선은 따갑기 그지없다. 그들의 미천한 신분, 인종적 차이, 나이 차이를 용납할 수 없었던 거다. 사랑이 언제부터 용납의 대상이 되었을까? 나에게 이 영화가 참으로 크게 다가왔던 이유는 단순히 파스빈더의 사회의식 때문은 아니었다. 파스빈더는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착하고 성실한 아랍 남자에게 주변 사람들은 그를 벌..

movie 2010.02.26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요. 그래도 이뤄질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아요. 앞으로 그 남자보다 더 좋은 남자는 안 나타날 거에요." "그렇게 정해버리지 않아도 되잖아. 좀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인생을 더 즐겁게 해줄거야." "즐겁다는 게 중요한 건가요?" . 4명의 여자.들이 삶, 연애, 사랑에 대처하는 자세에 관하여 독할 정도로 잔잔하게 연출한 영화. 여자들을 위한 영화이고, 여자들이 봐야 공감할 수 있을 법한 영화.이지만 나는 왜 이런 영화가 좋을까. 같은 남자깡패 영화는 정말 두번 다시 보고 싶지 않지만, 류의 영화는 꼭 찾아서 보는 편이다. 그러고보니 '남자'에 대한 영화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기껏해야 조폭이나 군대 영화 같은 거? '마초' 영화는 많아도 '남자' 영화는 없다. 감독은 남성들이..

movie 2010.01.21

오이시맨

을 광주극장에서 개봉한다는 말을 듣고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 없었다. 곧장 상영시간 확인하고 고고싱. 내가 영화를 좀 많이 보는 편인데, 한국에는 이케와키 치즈루와 비교할 배우가 없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내가 한국인임을 망각하고 '가와이~' 요러고 있다. ㅋ 많은 사람들이 '조제'로 기억하고 있는 치즈루상. 에서 '가와이'의 극상을 보여준다. 약간 맹한 듯, 4차원인 듯 하면서 천상 낙천적인 캐릭터. 영화에서 치즈루상의 패션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녀를 보느라 눈 깜빡할 시간마저 아까웠다는 오바를 떨어본다. ㅋ 그녀가 몰고 다니는 소형차의 문짝 안쪽에 레이스가 달려 있는 거 보고 풉~ 뿜었다. 극장 환경만 좀 나았다면 치즈루상의 매력에 풍덩 빠져 몽롱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겠으나, 극장 안은 좀 ..

movie 2010.01.01

나도 '킹콩'이 되고 싶어

나에겐 '은사'가 없다. 유치원 1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 4년, 대학원 3년 하여 나의 학력은 장장 20년간 쌓여왔으나 '은사'라 할만 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내가 건방진 건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거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20년이라는 엄청난 세월동안 '학교'를 다녔는데 마음에 남아 있는 선생님 한명 없다니! 물론 '저런 작자가 선생이라니!'하는 인간들 몇은 마음에 남아 있긴 하다만. 나는 체질상 누군가를 부러워 하는 데 별로 재주가 없다. 그냥 남이사 뭐라든 나 잘난 맛에 사는 편인데, 내가 부러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은사'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참고로 노래 잘 부르는 사람, 음식 잘 만드는 사람도 부러워 한다.) 아는 인간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movie 2009.12.11

닥치는 대로 감상평

최근에 본 영화들 중 당장 기억나는 것들만 닥치는 대로 썰 풀어본다. 더 본 것 같은데 금방 기억 안나는 걸 보면 크게 상관은 없겠다. ㅋ 가슴배구 한국의 '몽정기' 같은 일본 영화. 여교사에게 배구대회에서 1승을 하면 가슴을 보여달라고 지들 맘대로 약속해버린 중딩들의 성장 드라마. 제목에서 혹 하지 않는 자 누가 있겠냐만, 당연하게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야세 하루카의 가슴을 볼 수는 없다. 얼마전 난리났던 여교사에게 '누나, 사귀자'고 했던 고딩 동영상 사건과 비교해보면 생각할 거리가 좀 있음. '옵빠이'를 볼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동기부여는 보잘 것 없는 루저 중딩들을 확실하게 탈바꿈 시킨다는 교육학적 영화로도 볼 수 있음. 2012 영화를 보고 나서 배 보다는 잠수함을 만들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

movie 2009.12.08

부자

얼마 전에 영화 (Moon)을 봤는데, 좀 심심하게 봤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감독 던컨 존스가 데이빗 보위의 아들이라네. 뭔가 영화를 잘못 봤나 하는 걱정이 들면서 다시 봐야 되는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또 뭐냐. 데이빗 보위는 데이빗 보위고 던컨 존스는 던컨 존스인데, 데이빗 보위가 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던컨 존스가 달리 보이는. 이 무슨... 낡아빠진. 그래도 시간 되면 다시 봐야겠다. ㅋ

movie 2009.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