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63

공범자들 : 언론을 몰락시킨 이명박근혜 9년의 기록

미루고 미루다가 '공범자들'을 보았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별 생각 없이 영상 앞에 앉아있기가 망설여지는. 1시간 30분 동안 예상치 못하게 몇번을 울컥 울컥했는지 모른다. 짠해서 울컥, 화나서 울컥, 감동 받아 울컥. 그리고 미안해서 울컥. 아무리 나쁜 놈이어도 사람이라면 사람에게 하면 안되는 일이 있다. 최소한 문명화된 사회라면 사람이 사람에게 해서는 안되는 일, 벌어져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 지난 이명박근혜 시대에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아야 했다. '공범자들'은 이명박근혜(특히 이명박) 정권이 어떻게 언론을 장악하고, 저항하는 언론인들을 어떻게 내쳤는지를 보여준다. KBS 방송국을 경찰버스와 경찰들로 에워싼 채 이사회를 열어 정연주 사장을 해임한 것을 시작으로 '광우병..

movie 2017.11.14

스코어 : 영화음악의 모든 것

원제는 'Score: A Film Music Documentary'인데 한국 개봉시 제목은 '스코어 : 영화음악의 모든 것'이다.일단 나는 '~~의 모든 것' 류의 작명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모든 것'을 다 담아내고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도무지 동의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확실히 마케팅이 덧칠된 표현에는 신뢰가 없다.원제를 그대로 직역해서 '스코어 : 영화음악 다큐멘터리'라고 하는 게 가장 맞는 것 같은데. 흠 그렇다.여하간 칼퇴근을 하고 일찌감치 광주극장에 갔는데, 생각보다 관객이 좀 있다. 단 둘이 영화 본 적도 있고, 평소 기껏해야 5~10명 정도가 최대 관객이었다. 이 영화는 내가 앉은 1층만 해도 20명은 되어 보였으니 흥행 성공이라 해야 하나.영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

movie 2017.11.06

황해 : 웰메이드만으론 부족해

한국 액션영화의 불길한 미래를 보고 온 것 같다. 물량공세를 방불케 하는 대형 자동차 액션 씬과 배우들이 고생깨나 했을 것 같은 거친 싸움 씬에도 불구하고 영화 는 기억에 남는 장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졸작이라고 폄훼할 정도는 아니다. 에서 느꼈던 몰입도를 기대해도 좋고 꽤 웰메이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피칠갑과 지나치게 잔인한 폭력, 칼과 도끼가 살을 파고드는 섬뜩한 사운드에 의존하는 액션 씬은 시즌 2(?)를 보는 것 같았다. 잔인한 장면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아니다. 필요하다면 목을 베고 피가 솟구치는 B급 장면인들 어떠랴. 하지만 시각과 청각을 말초적으로 자극하는 것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면 관객에게 남는 건 실망이다. 이소룡의 마지막 영화 에서 거울의 방에서 벌어진 마지막 결투 씬을 떠올려 ..

movie 2010.12.28

봄날은 간다 :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영화 는 볼 때마다 어떤 사안들(삶에서 중요한 것들이지만 대개는 별 생각없이 넘어가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는 것들)에 대하여 잠정적인 문장을 만들게 한다. 사람은 안 변하지만, 사랑은 변한다. 를 네번째 보고 나서 든 생각이다. 허진호 감독이 상우(유지태)에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대사를 준 이유는 뭘까? 관객들로 하여금 사랑이 변한 은수(이영애)를 비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거나, 상우의 사랑에 순수함을 덧칠(?)하여 애절함을 더욱 드러내기 위한 것은 아닐 것 같다. 은수의 사랑이 변한 건 상우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우가 은수로부터 '헤어져'라는 말을 듣고, 난 안 변했는데 어떻게 사랑이 변하느냐고 묻고 있다는 건 여전히 자신의 문제를 모른다는 뜻이다. 사랑이 변한 건 상우가 안변했기 때..

movie 2010.10.19

추억이란

불꽃놀이는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보고 있어. 내가 불꽃놀이를 보고 있는 지금, 어디선가 옛날 친구가 같은 걸 보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하면 즐겁지 않아? 그럴 때 그 친구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추억이란 건 아무렇지도 않게 떠오르는거야. 내가 떠올리고 있을 때 상대방도 그럴 거라고. - 영화 중에서 추억이란 건 아무렇지도 않게 떠오르기도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잊혀지기도 한다.

movie 2010.09.08

<악마를 보았다>를 보았는데

감독 김지운, 딱 하나 믿고 봤는데. 소감은 '에잇 이건 뭐' 그렇다.화면이 잔혹해서도 아니고, 서사가 빈약해서도 아니다만, 실망스럽다. 내가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꼭 찾아보는 까닭은 비쥬얼이 멋지기 때문이다. 특히 은 화면이 아름다운 영화로 강렬한 인상을 갖고 있다. 아마도 이후로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서사에 신경 쓰면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나에게 김지운 감독은 이창동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던 셈. 는 꼭 극장 가서 봐야지 했던 영화인데, 하드고어를 김지운은 어떻게 만들어냈을까 하는 게 궁금해서다. 결과는 갸우뚱. 에게 이게 무슨 김지운이야 싶은 정도. 기가 막힌 양과 각도의 조명을 사용해서 인물과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해내는 것도 에서 더 나아..

movie 2010.08.15

눈물

어진간한 신파 멜로에 눈물을 빼진 않는다. 아주 어렸을 때 TV 드라마를 보다가 엉엉 운 적이 있다. 수년간 잃어버렸던 자식들을 찾은 엄마가 아주 오열을 하는 그런 장면인데, 지금도 생생하다. 드라마가 워낙 최루성이기도 했으나, 결정적으로 옆에서 엄마가 운 것이 컸다. 엄마가 TV 보다가 우니까 어린 나도 울었다. 그 이후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운 일은 거의 없다. 좀 어이없게도 영화 를 보고 펑펑 울긴 했다. 이성재랑 고소영이랑 나오는 영화인데, 어렵게 기적처럼 임신한 아이가 무뇌증에 걸려 태어난지 하루 안에 죽는다는 걸 알고도 낳는다는 좀 뻔한 신파다. 신생아실 유리벽을 사이로 곧 죽을 아이를 보며 웃음 짓지만 얼굴은 눈물 범벅인 이성재와 고소영. 나도 같이 울었다. 씨바. 그 뒤로는 그렇게까지 눈..

movie 2010.07.08

내 깡패같은 애인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옆집 사는 깡패가 애인 같은 '깡패'가 되었다가 깡패 같은 '애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거 꼭 봐야 한다는 정도는 아니다만, 웃음도 주고 눈물도 주고, 사회적 이야기도 있고 그렇다. 박중훈의 깡패.... 아니 양아 연기는 지금까지 우리가 익히 봐왔던 것이고(역시 박중훈! 그런 뜻), 정유미는 좀 아쉬움 남는 그런 연기를 보여준다. 정유미의 연기가 별로라는 말은 아니고. 정유미가 장편 상업영화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것으로 안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인상을 좀 심어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별로 그럴만한 연기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영화의 내용이나 캐릭터 자체가 그닥 튀는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좀 아쉽다. 정유미는 참 괜찮은 배우인데. 어쨌거나 청..

movie 2010.07.05

페어 러브 : '페어'한 사랑

'예쁜 영화'라는 게 있나? 예쁜 배우가 나온다거나 배경이 예쁘다거나 그런 거 말고. 그냥 영화가 예쁜 거 있잖냐. 참 오랜만에 예쁜 영화 하나 봤다. 늙은 아저씨 안성기와 젊은 처자 이하나가 보여주는 예쁜 사랑 이야기, '페어 러브'는 예쁜 영화다. 포스터 한가운데에다가 '사랑스런 로맨스 탄생'이라는 글자를 아주 노골적으로 박아 놓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표현이긴 하다만. 이 영화 예쁘다. 남은(이하나)은 형만(안성기)의 죽은 친구의 딸이다. 대략 줄거리는 검색 해보든가, 영화를 직접 보든가 하시고. 이 영화가 마음에 든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소품과 배경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먼저 카메라. 형만은 오래된 클래식 카메라를 수리하는 사람이다. 콘탁스네 스티글리츠네 하는 말들이 막 나온..

movie 2010.06.17

중경삼림

"살다보면 낙담에 빠질 때가 있다. 가슴이 아프면 나는 자전거를 탄다. 한참 정신 없이 타다 보면 몸 속의 수분이 빠져나간다. 그러면 더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영화 에서 '경찰 223'(금성무)의 대사 패러디- 을 처음 본 게 1995년 비디오방에서다. 수업을 제끼고 갔나, 공강시간에 갔나 기억나진 않지만, 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던 건 분명하다. 그 땐 금성무나 양조위나 '찌질한 녀석'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반감은커녕 보면 볼수록 공감되는 찌질함. 살면서 누구나 찌질해지는 때가 있는 법이니까. 어쩌면 자신이 찌질하다는 걸 모를 때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일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자기 감정에 솔직하게 살고 있는 것이니까. 나의 구체적 현실이었다면 찌질하기 이를 데 없는 모..

movie 2010.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