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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싱 베토벤 : 혁신과 화합의 향연

    오늘 휴가까지 내고 본 다큐영화 '댄싱 베토벤'. 수시로 ACC 홈페이지를 살피는데, 이거 보자마자 바로 예매. 후배 것까지 해주려고 했지만, 1인 1매만 가능. 나중에 알려줬는데 이미 매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누구나 들어봤을 매우 유명한 음악인데, 여기에 현대무용이 결합하는 공연이라니. 아, '댄싱 베토벤'은 공연실황은 아니고,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후반부에 실제 공연 장면을 짧게나마 볼 수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이 다큐영화를 봐야할 이유로 충분하다.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스위스 베자르 발레 로잔과 도쿄 발레단의 협업으로 완성된 공연이 도쿄에서 펼쳐진다. 1964년 '합창'을 초연한 모리스 베자르의 안무를 연습하는 무용가들의 모..

    연애담 : 특별하지 않아 특별한

    '연애'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은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이라고 정의한다. 이거 바로 잡아야 한다. 연애는 '남녀'간의 일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애는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지, 남자와 여자만 하는 일은 아니다. 우연히 또는 치밀하게 시작하고 격정에 휩싸이며 권태롭다가 갈등하고 이별하고 재회하기도 하는. 연애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근사한 일 중에서도 꽤 근사한 일이다.우연한 시간에 우연한 장소에서 우연한 일로 마주친 윤주와 지수. 둘 사이에 사소하지만 심상치 않은 느낌(!)이 일어난다. 이것은 사랑의 시작. 설명할 수 없는, 아니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이끌림. 자꾸 그 사람이 생각나고, 우연을 가장해서 마주칠 기회를 만들며, 떠올리기만 해도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는. 우리가 익히 아는, 우리 모두 ..

    초행 : 두렵지만 한걸음 한걸음

    시놉시스 보고 꼭 봐야지 했던 '초행'. 광주극장 상영시간표를 확인하니, 오늘 아니면 내일 퇴근하고 볼 수 있다. 내일 저녁엔 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오늘 보기로. 겨울 광주극장에서 영화 보는 건 추위와의 싸움. 당직 퇴근하고 집에 들러 목도리까지 챙겨 나갔다.'초행'은 7년차 연인 수현과 지영이 슬슬 결혼을 생각하면서 서로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게 영화냐 다큐냐 헷갈린다. 아무 정보 없이 봤다면 다큐라고 생각할 만큼 리얼 리얼하다. 나중에 알고보니 김대환 감독이 배우들에게 상황 설명만 하고 거의 모든 대사를 애드리브로 하게 했다고 한다. 감독과 배우의 섬세한 상호작용과 배우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할 일. 영화는 두 배우의 리얼 애드리브로 몰입도를 끌어올린다.누구..

    땐뽀걸즈 : 추억이라도 괜찮아

    청춘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다. 특히 '10대'가 주요 인물인 영화라면 챙겨보려고 한다. 영화에서는 주로 고등학생으로 나오는데, 10대들을 모두 '학생'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탈학교 청소년들을 배제하는 것이므로 '청소년'이나 '10대'라고 하는 게 더 올바른 표현일테니까.여하간 10대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나는 울컥울컥 한다. 사실 이런 류의 영화들은 대개 스토리의 얼개나 캐릭터가 진부하다. (어른의 시선으로 본) 10대들의 상처와 아픔을 보여주고, 극복해가거나 현실 앞에 다시 한번 엎어지거나 하는 걸로 전개된다. 그렇다고 가슴 한켠이 아리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 경험 없이 10대를 지나온 사람은 없을테니까.'땐뽀걸즈'. 지난 달 광주극장 상영시간표에 있는 걸 봤는데 시간이 안맞아 놓친 다큐멘터리다...

    남한산성 : 민중의 고통은 어디에 있는가

    영화 '남한산성'은 꽤 몰입도가 높다.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끌고간다.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박희순, 조우진 배우의 연기는 흠 잡기 어렵다. 우리가 익히 아는 병자호란 당시 조선 조정의 척화론과 주화론의 팽팽한 싸움이 이 영화의 큰 축이다. 전투씬은 영화적 재미를 위한 도구일 뿐이고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진짜 전투는 조선 조정 안에서 벌어지는 척화론과 주화론의 다툼이다. 영화 속에서 척화론을 주장하는 김상헌이나 주화론을 펼치는 최명길이나 누구의 편도 쉽게 들어줄 수 없다. 신념과 신념의 대결, 충심과 충심의 결투가, 고립된 남한산성의 조정에서 겨울 찬바람보다 더 매섭게 벌어진다.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각색된) 영화임을 감안한다면,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명쾌하게 결론낼 수 없는 논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