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를 보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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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를 보았는데

감독 김지운, 딱 하나 믿고 봤는데. 소감은 '에잇 이건 뭐' 그렇다.

화면이 잔혹해서도 아니고, 서사가 빈약해서도 아니다만, 실망스럽다. 내가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꼭 찾아보는 까닭은 비쥬얼이 멋지기 때문이다. 특히 <달콤한 인생>은 화면이 아름다운 영화로 강렬한 인상을 갖고 있다. 아마도 <반칙왕> 이후로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서사에 신경 쓰면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나에게 김지운 감독은 이창동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던 셈.
<악마를 보았다>는 꼭 극장 가서 봐야지 했던 영화인데, 하드고어를 김지운은 어떻게 만들어냈을까 하는 게 궁금해서다. 결과는 갸우뚱. 에게 이게 무슨 김지운이야 싶은 정도. 기가 막힌 양과 각도의 조명을 사용해서 인물과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해내는 것도 <달콤한 인생>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거나 오히려 후퇴한 듯 싶다.
복수에 대한 색다른 성찰이 엿보이는 것도 아니고, 기대했던 볼만 한 비쥬얼도 그닥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저씨>를 볼거냐, <악마를 보았다>를 볼거냐 하다가 김지운 이름 하나 믿고 결정한 건데. 쩝.
영상물등급위원회라고 사실상 사전검열하는 그런 헌법 위의 기관이 있다. 이곳에서 제항상영가 등급을 주는 바람에 몇몇 장면들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내가 <악마를 보았다>에 후한 평가를 주지 못하는 건, 아마도 김지운 감독의 영화에서 영등위의 영화로 전락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만. 아니면 내가 원래 서사를 중시하는 관객이거나.
이병헌과 최민식은 주어진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듯 하다만. 이제 그들의 놀라운 연기조차 정형화되는 느낌이라 개운치 못한 기분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