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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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어진간한 신파 멜로에 눈물을 빼진 않는다. 아주 어렸을 때 TV 드라마를 보다가 엉엉 운 적이 있다. 수년간 잃어버렸던 자식들을 찾은 엄마가 아주 오열을 하는 그런 장면인데, 지금도 생생하다. 드라마가 워낙 최루성이기도 했으나, 결정적으로 옆에서 엄마가 운 것이 컸다. 엄마가 TV 보다가 우니까 어린 나도 울었다.

그 이후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운 일은 거의 없다. 좀 어이없게도 영화 <하루>를 보고 펑펑 울긴 했다. 이성재랑 고소영이랑 나오는 영화인데, 어렵게 기적처럼 임신한 아이가 무뇌증에 걸려 태어난지 하루 안에 죽는다는 걸 알고도 낳는다는 좀 뻔한 신파다. 신생아실 유리벽을 사이로 곧 죽을 아이를 보며 웃음 짓지만 얼굴은 눈물 범벅인 이성재와 고소영. 나도 같이 울었다. 씨바.
그 뒤로는 그렇게까지 눈물 뺀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울컥 하다가 만 적은 종종 있다만.
영화 속에서 여자의 눈물에 슬프다는 느낌을 가진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게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 눈물 장면 1위와 2위 모두 남자의 눈물이다.
2위는 <버스, 정류장>에서 재섭(김태우)의 눈물. 누르고 눌러왔던 것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 저렇게 울겠구나 싶은 그런 눈물이다.
최고의 눈물 장면은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에서 인구(한석규)의 눈물이다. '나도 잠시 행복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여기까지만' 하고 돌아서야 했고,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우는데, 저렇게 울고 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겠구나 싶은 그런 눈물이다. 정말 대단한 눈물이다. 한국에서 한석규 앞에 설 배우가 누구냐 할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