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 : 영화음악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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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 영화음악의 모든 것


원제는 'Score: A Film Music Documentary'인데 한국 개봉시 제목은 '스코어 : 영화음악의 모든 것'이다.

일단 나는 '~~의 모든 것' 류의 작명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모든 것'을 다 담아내고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도무지 동의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확실히 마케팅이 덧칠된 표현에는 신뢰가 없다.

원제를 그대로 직역해서 '스코어 : 영화음악 다큐멘터리'라고 하는 게 가장 맞는 것 같은데. 흠 그렇다.

여하간 칼퇴근을 하고 일찌감치 광주극장에 갔는데, 생각보다 관객이 좀 있다. 단 둘이 영화 본 적도 있고, 평소 기껏해야 5~10명 정도가 최대 관객이었다. 이 영화는 내가 앉은 1층만 해도 20명은 되어 보였으니 흥행 성공이라 해야 하나.

영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다큐멘터리 영화이겠으나, 나에겐 좀 평범했다.

한스 짐머, 존 윌리엄스 같은 영화음악의 대가가 직접 출연한 인터뷰 장면은 꽤나 소중하고 인상깊었으나, 전반적으로 산만한 편집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너무 많은 것을 제한된 시간 안에 담으려고 애쓴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감독의 영화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이해되지만, 더 정리되고 제한된 주제를 기대하는 나같은 관객도 있으니까.

'죠스'가 나타나기 전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그 유명한 배경음악을 존 윌리엄스가 처음 들려주자 스필버그가 어이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 등 꽤 소중한 장면들이 삽입되어 재미를 더한다. 단 2가지 음으로 영화음악사에 한획을 그을 줄은 존 윌리엄스 본인도 몰랐을 것 같다.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오케스트라가 영화에 쓰일 음악을 녹음하는 장면은 이 다큐영화의 압권이다. 단 한번의 연습도 없이 지휘와 스코어만으로 완벽한 연주를 해내는 오케스트라. 좀 과장하면 심장을 전율케 하는 감동을 준다.

영화음악이라고 하면 OST를 먼저 떠올리기도 할텐데, 사실 이 영화는 제목에 나오듯이 '스코어'에 대한 다큐이다. score는 오직 영화를 위해 새로 작곡된 음악이고, 원래 있던 음악을 영화에 갖다 쓰는 건 compilation이다. 보통 이 둘을 포함해서 OST라고 한다.

난 영화를 보면서 좋은 노래나 연주곡이 나오면 나중에 OST를 찾아 듣는 편이다. 영화 따로 음악 따로 그렇게 즐기는 편이었는데 '스코어'를 보고나니 영화를 볼 때마다 나오는 음악에 더 귀 기울이게 될 것 같다. 오로지 영화를 위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음악가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탁월한 천재성과 끊임 없는 노력이 만들어낸 소중한 음악에 귀 기울일수록 더 즐거운 영화감상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