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자들 : 언론을 몰락시킨 이명박근혜 9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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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자들 : 언론을 몰락시킨 이명박근혜 9년의 기록

 

미루고 미루다가 '공범자들'을 보았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별 생각 없이 영상 앞에 앉아있기가 망설여지는.

1시간 30분 동안 예상치 못하게 몇번을 울컥 울컥했는지 모른다. 짠해서 울컥, 화나서 울컥, 감동 받아 울컥. 그리고 미안해서 울컥.

아무리 나쁜 놈이어도 사람이라면 사람에게 하면 안되는 일이 있다. 최소한 문명화된 사회라면 사람이 사람에게 해서는 안되는 일, 벌어져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 지난 이명박근혜 시대에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아야 했다.

'공범자들'은 이명박근혜(특히 이명박) 정권이 어떻게 언론을 장악하고, 저항하는 언론인들을 어떻게 내쳤는지를 보여준다.

KBS 방송국을 경찰버스와 경찰들로 에워싼 채 이사회를 열어 정연주 사장을 해임한 것을 시작으로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PD수첩의 피디들을 체포, 구속하는 등 치밀한 작전처럼 진행된 언론장악은 각 방송사에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면서 절정에 이른다.

사전체포영장 기간에 결혼식 날짜가 잡혀 있던 김보슬 피디는 방송국에서 먹고자고 한다. 그는 결혼식 준비를 위해 밖으로 나가다가 주차장에서 검찰 수사관의 임의동행 요청을 받는다. 아 씨바 저게 사람이 사람한테 할 짓이냐 했다. 검찰수사관은 정중하게 임의동행에 동의하는지 묻고 미란다 원칙도 고지한다. 김보슬 피디는 차분하게 서류를 확인하고 수사관을 따라나선다. 어찌보면 참 건조한 장면인데, 야만의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 않나 싶다.

뚱한 표정으로 '공범자들'을 쫓아다니면서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는 최승호 기자. 이명박에게 질문을 하다가 제지당하자 외치는 말이 "언론이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해요"

정권이 원하는대로 기자와 피디들을 수사하고 구속하는 검찰, 청와대가 채워준 낙하산을 타고 와 바른 말 하는 이들을 부당전보, 해고하는 방송사 사장들. 그들은 확실히 '공범자들'이 맞다. 하지만 '공범자들'이 어디 그뿐이랴.

추악한 정권이 언론에 패악질할 때 눈 감고 귀 막은 우리도 '공범자들'이 아닌가.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싸우지 못하고, 지지해주지 못하고 무관심한 우리에게 이 영화의 제목은 저 나쁜 놈들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언론을 감시견(watch dog)이라 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아주 고전적인 말이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지 못할 때, 권력에 질문을 하지 못할 때 언론은 그냥 '개'가 된다.

저 암울하고 고통스런 시대를 온몸으로 견디고 싸우며 지나온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