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 : 웰메이드만으론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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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 : 웰메이드만으론 부족해

한국 액션영화의 불길한 미래를 보고 온 것 같다. 물량공세를 방불케 하는 대형 자동차 액션 씬과 배우들이 고생깨나 했을 것 같은 거친 싸움 씬에도 불구하고 영화 <황해>는 기억에 남는 장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졸작이라고 폄훼할 정도는 아니다. <추격자>에서 느꼈던 몰입도를 기대해도 좋고 꽤 웰메이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피칠갑과 지나치게 잔인한 폭력, 칼과 도끼가 살을 파고드는 섬뜩한 사운드에 의존하는 액션 씬은 <악마를 보았다> 시즌 2(?)를 보는 것 같았다. 잔인한 장면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아니다. 필요하다면 목을 베고 피가 솟구치는 B급 장면인들 어떠랴. 하지만 시각과 청각을 말초적으로 자극하는 것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면 관객에게 남는 건 실망이다.
이소룡의 마지막 영화 <용쟁호투>에서 거울의 방에서 벌어진 마지막 결투 씬을 떠올려 보자. 피칠갑은커녕 이소룡의 맨살에 빨간 립스틱을 그어놓은 것 같은 상처가 전부다. 얼굴의 형태가 뭉게지거나 뇌수가 터져나오는 잔인한 장면도 없다. 와이어나 CG 같은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지나도 우리가 기억하는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크리에이티브와 절제미 대신 현란한 카메라 워크나 잔혹한 피칠갑 액션으로 범벅되었다면, 아무리 웰메이드라도 그리 반가운 작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