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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를 보았다>를 보았는데

    감독 김지운, 딱 하나 믿고 봤는데. 소감은 '에잇 이건 뭐' 그렇다.화면이 잔혹해서도 아니고, 서사가 빈약해서도 아니다만, 실망스럽다. 내가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꼭 찾아보는 까닭은 비쥬얼이 멋지기 때문이다. 특히 은 화면이 아름다운 영화로 강렬한 인상을 갖고 있다. 아마도 이후로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서사에 신경 쓰면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나에게 김지운 감독은 이창동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던 셈. 는 꼭 극장 가서 봐야지 했던 영화인데, 하드고어를 김지운은 어떻게 만들어냈을까 하는 게 궁금해서다. 결과는 갸우뚱. 에게 이게 무슨 김지운이야 싶은 정도. 기가 막힌 양과 각도의 조명을 사용해서 인물과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해내는 것도 에서 더 나아..

    눈물

    어진간한 신파 멜로에 눈물을 빼진 않는다. 아주 어렸을 때 TV 드라마를 보다가 엉엉 운 적이 있다. 수년간 잃어버렸던 자식들을 찾은 엄마가 아주 오열을 하는 그런 장면인데, 지금도 생생하다. 드라마가 워낙 최루성이기도 했으나, 결정적으로 옆에서 엄마가 운 것이 컸다. 엄마가 TV 보다가 우니까 어린 나도 울었다. 그 이후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운 일은 거의 없다. 좀 어이없게도 영화 를 보고 펑펑 울긴 했다. 이성재랑 고소영이랑 나오는 영화인데, 어렵게 기적처럼 임신한 아이가 무뇌증에 걸려 태어난지 하루 안에 죽는다는 걸 알고도 낳는다는 좀 뻔한 신파다. 신생아실 유리벽을 사이로 곧 죽을 아이를 보며 웃음 짓지만 얼굴은 눈물 범벅인 이성재와 고소영. 나도 같이 울었다. 씨바. 그 뒤로는 그렇게까지 눈..

    내 깡패같은 애인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옆집 사는 깡패가 애인 같은 '깡패'가 되었다가 깡패 같은 '애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거 꼭 봐야 한다는 정도는 아니다만, 웃음도 주고 눈물도 주고, 사회적 이야기도 있고 그렇다. 박중훈의 깡패.... 아니 양아 연기는 지금까지 우리가 익히 봐왔던 것이고(역시 박중훈! 그런 뜻), 정유미는 좀 아쉬움 남는 그런 연기를 보여준다. 정유미의 연기가 별로라는 말은 아니고. 정유미가 장편 상업영화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것으로 안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인상을 좀 심어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별로 그럴만한 연기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영화의 내용이나 캐릭터 자체가 그닥 튀는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좀 아쉽다. 정유미는 참 괜찮은 배우인데. 어쨌거나 청..

    페어 러브 : '페어'한 사랑

    '예쁜 영화'라는 게 있나? 예쁜 배우가 나온다거나 배경이 예쁘다거나 그런 거 말고. 그냥 영화가 예쁜 거 있잖냐. 참 오랜만에 예쁜 영화 하나 봤다. 늙은 아저씨 안성기와 젊은 처자 이하나가 보여주는 예쁜 사랑 이야기, '페어 러브'는 예쁜 영화다. 포스터 한가운데에다가 '사랑스런 로맨스 탄생'이라는 글자를 아주 노골적으로 박아 놓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표현이긴 하다만. 이 영화 예쁘다. 남은(이하나)은 형만(안성기)의 죽은 친구의 딸이다. 대략 줄거리는 검색 해보든가, 영화를 직접 보든가 하시고. 이 영화가 마음에 든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소품과 배경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먼저 카메라. 형만은 오래된 클래식 카메라를 수리하는 사람이다. 콘탁스네 스티글리츠네 하는 말들이 막 나온..

    중경삼림

    "살다보면 낙담에 빠질 때가 있다. 가슴이 아프면 나는 자전거를 탄다. 한참 정신 없이 타다 보면 몸 속의 수분이 빠져나간다. 그러면 더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영화 에서 '경찰 223'(금성무)의 대사 패러디- 을 처음 본 게 1995년 비디오방에서다. 수업을 제끼고 갔나, 공강시간에 갔나 기억나진 않지만, 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던 건 분명하다. 그 땐 금성무나 양조위나 '찌질한 녀석'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반감은커녕 보면 볼수록 공감되는 찌질함. 살면서 누구나 찌질해지는 때가 있는 법이니까. 어쩌면 자신이 찌질하다는 걸 모를 때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일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자기 감정에 솔직하게 살고 있는 것이니까. 나의 구체적 현실이었다면 찌질하기 이를 데 없는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