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더 마인호프>가 남긴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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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더 마인호프>가 남긴 콤플렉스


조OO 선생님과 함께 광주극장에서 <바더 마인호프>를 봤다. 상영시간이 2시간 20분쯤 되어 좀 긴 편인데 지루함을 느낄 새는 없다.
솔직히 이 영화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평하고 싶지는 않다.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대해서 말하려면 폭력의 문제를 반드시 짚어야 하는데, 내 견해가 애매모호하다.
인민의 폭력 전에는 반드시 강자, 왕, 국가, 자본의 폭력이 선행된다는 점. 다시 말해 인민이 먼저 폭력을 선택한 적은 역사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비폭력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 평화롭고 안전한 상황에서 떠드는 비폭력주의보다는 생존과 안위와 생명이 위협받는 폭력적 상황에서 발휘되는 비폭력주의야 말로 진짜라는 점.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주장은 항상 강자들의 논리이고, 강자의 폭력을 당하는 대다수 약자들이 그 주장에 동조한다는 점. 이 정도가 폭력에 대한 내 견해정리다.

영화를 보았다고 해서 독일 적군파를 잘 알게 되었다고 할 수도 없고, 그들의 무장투쟁 노선을 이해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다만 그들에게는 '이유'가 있었고, 거기에 모든 것을 내던졌다는 점. 자신의 목숨까지도.
테러를 선택한 독일 적군파의 무장투쟁을 영웅화하기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무모한 좌익소아병적 행위라고 치부할 수도 없다.
뭐라 딱부러진 입장을 정하기 어렵다. 영화의 만듦새는 괜찮다. 특히 후반부 바더와 마인호프 등 독일 적군파 1세대들의 감옥과 법정투쟁 장면에서 보여지는 심리적 변화는 상당히 볼만 하다. 또 당시 세계사의 격동을 일별하기에도 괜찮은 방편이다. 그런데 청소년관람불가다.

이 영화의 원제는 'Der Baader Meinhof Komplex'다. 한국 개봉판에서는 왜 'komplex'를 빼버렸는지 모르겠다. 그 단어가 핵심인 것 같은데. 독일 적군파는 독일사회, 나아가 우리에게도 일종의 콤플렉스를 남긴 것은 아닌가 싶다. 세상에 대한 그들의 분노와 비판은 올바른 것이었다. 그런데 테러라는 행위로 표출된 그들의 명분은 점점 인민의 지지를 잃고 고립되고 만다. 독일사회가 경찰국가화되면서 억압적 공안분위기가 조성된 탓도 있겠지만. 독일 적군파 활동 초기와는 달리 그들 주변에 인민들은 점점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