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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두비

유료 웹하드 사이트에서 3,500원을 지불하고 영화 <반두비>를 내려받아 보았다. 상영관을 확보하기 어려운 독립영화들은 웹하드 업체와 제휴하여 작은 수익을 얻는다.
어쨌든 <방문자>, <나의 친구, 그의 아내>에 이어 <반두비>까지 신동일 감독의 관계 3부작을 섭렵(?)하게 되었다. 이전의 두 작품은 무진장한 정치적 메타포로 무장한 의미심장함이 가득했다면 <반두비>는 훨씬 명랑한 분위기가 가미되었다.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좋은 영화라고나 할까. <반두비>를 보고 나면 '요즘 독립영화 잘 만든단 말이야'하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어느 하나 무의미한 장면이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관객에게 메시지의 해독을 요구하는 딱딱한 영화도 아니다. 낄낄대며 웃을 수도 있고(현직 대통령을 대놓고 씹을 수 있는 용기 있는 영화다. ㅋㅋ),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고, 알몸을 드러낸 것처럼 부끄러울 수도 있는.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영화다. 길게 말할 것 없고, 시간 있고 돈 있으면 꼭 보시길. 아니,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보시길. 9월 현재 2009년 최고의 강추 영화다. 당연하게도 반드시 돈 내고 봐야 하는 영화다.

여고생 민서와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 카림의 첫 만남은 버스 안. 카림은 자신의 옆 자리가 비자 서 있는 민서에게 앉으라는 제스쳐를 보낸다. 하지만 까무잡잡한 피부의 이주노동자가 건넨 선의를 민서는 차갑게 무시해버린다.

그리고 모종의 사건으로 순대국밥집에 함께 가게 된 민서와 카림. 민서는 순대국밥을 먹지 못하는 무슬림 이주노동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의 마지막. 방글라데시 음식 전문점에 간 민서는 능숙하게 요리를 주문한다. 그리고 손으로 음식을 비벼 먹어본다. 카림이 했던 것처럼.

친구가 된다는 건 이런 거.

그리고 유일하게 통하는 사람 사이를 피부색이 다르다고, 종교가 다르다고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들. 급기야 그 사이를 끊어놓고야 마는 잔인함. 그것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우리의 모습. 솔까말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하는 것도 아니다. 피부색이 검을수록 차별하고 무시한다는 게 맞다. 백인들에게는 굽신거리는 게 또 우리의 모습이니까.

*'반두비'는 방글라데시말이고, 친구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