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정범 : 불편하더라도 또다른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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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정범 : 불편하더라도 또다른 진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화재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사망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솔직히 궁금한 게 많았다. 2009년 1월 20일 이후 '용산'을 생각할 때면 '진실'에 대한 궁금증은 어김없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들이 풀린다고 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큐영화 '공동정범'은 진실의 또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용산 참사의 공동정범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징역살이를 하고 출소한 생존자 5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동정범'은 첫번째 이야기 격인 '두 개의 문'과는 다른 결을 갖고 있다. '두 개의 문'이 다양한 증거와 증언을 토대로 참사의 실체를 들여다보려고 했다면, '공동정범'은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당시 용산 남일당 건물에 있던 사람들은 용산 철거민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다른 지역의 철거민들도 연대를 위하여 함께 망루에 올랐다. 망루 농성을 시작한지 이틀도 채 지나기 전에 경찰특공대까지 투입되는 진압작전이 전격적으로 펼쳐진다. 협상도 대화도 없었다. 아니 시도조차 고려되지 않았다. 경찰특공대 조차 망루 안 상황에 대한 사전 정보를 거의 알지 못한 채 펼쳐진 무리한 진압작전은 기어이 6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무엇을 위해 전격적이고 무리한 진압이 필요했습니까? '다스는 누구겁니까'와 같이 이명박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공동정범'은 솔직하고 그래서 불편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 참사가 일어날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연대라는 이름으로 함께 망루에 올랐던 사람들. 예기치 않은 화재가 발생하고 몇몇은 탈출하고, 몇몇은 부상당하고, 몇몇은 목숨을 잃었다. 생지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이명박의 검찰은 공동정범으로 기소하고 대법원에서도 유죄는 바뀌지 않았다. 법원의 결정에도 검찰은 수사기록 일부를 변호인에게 공개하지 않았고, 진압작전의 책임자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금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되었으며, 항소심 유죄 판결을 확정한 양승태 대법관은 이듬해 대법원장이 된다. 용산 참사의 생존자 5명은 징역을 살고, 출소 후에도 상처와 외로움으로 고통받으며 살고 있다. 서로 원망하고, 비난하며 미워한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더 늦기 전에 이들의 기억을 기록하기 위해 좌담회를 연다. 서로의 기억은 조금씩 다르고 서로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보는 이가 불편한 정도로 이들의 갈등은 첨예해보인다. 좌담회 중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한다.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이 서로 위로하며 다시 연대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공동정범'에서 5명은 상처투성이로 하루하루 버티고 서로 대립한다. 국가 폭력은 이들이 출소할 때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국가 폭력은 이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2009년 1월 20일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반드시 처벌함으로써 진실은 밝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아가 공동정범 5명의 재심이 이뤄져 다른 사법적 판단을 역사에 기록하는 일도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하지만 진실은 검찰과 법원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죄책감과 상처로 고통받고 원망과 미움으로 서로 불신하는 생존자 5명의 삶을 조금씩 치유하는 일도 또다른 진실을 대면하도록 할지도 모른다.

이명박은 대통령 재임 초기 '무관용'을 강조했다.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관용하지 않겠다고 인민들을 협박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경제 대통령'을 뽑은 인민들은 그의 말에 토 달지 않았다. 이명박의 무관용은 결국 용산 참사를 일으켰다. 이제 우리가 이명박에게 무관용해야 한다. 용산 참사가 잊혀진 참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두 개의 문'에서 인터넷방송 칼라TV 박성훈 피디의 말을 옮긴다.

"경찰이 망루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하나도 안 중요해요. 그곳을 그런 식으로 진압한 것 자체가 잘못이거든요. 국민들이 올라가서 요구를 하고 있고.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죠. 그 요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방식에서 국가가 분명히 잘못한 것이거든요. 진실은 거기에 있는거지. 불이 어떻게 났는지, 화염병이 어떻게 있었는지, 망루를 누가 때렸는지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