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담 : 특별하지 않아 특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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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담 : 특별하지 않아 특별한

'연애'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은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이라고 정의한다. 이거 바로 잡아야 한다. 연애는 '남녀'간의 일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애는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지, 남자와 여자만 하는 일은 아니다. 우연히 또는 치밀하게 시작하고 격정에 휩싸이며 권태롭다가 갈등하고 이별하고 재회하기도 하는. 연애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근사한 일 중에서도 꽤 근사한 일이다.

우연한 시간에 우연한 장소에서 우연한 일로 마주친 윤주와 지수. 둘 사이에 사소하지만 심상치 않은 느낌(!)이 일어난다. 이것은 사랑의 시작. 설명할 수 없는, 아니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이끌림. 자꾸 그 사람이 생각나고, 우연을 가장해서 마주칠 기회를 만들며, 떠올리기만 해도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는. 우리가 익히 아는, 우리 모두 해보았던 연애의 시작이다. 늦은 밤 지수는 윤주를 집으로 부르고, '자고 갈래요?'를 던진다. 두근거리는 하룻밤을 보낸 아침, 첫 섹스를 하고 둘은 비싼 한정식당에 간다. 좋아 하면 좋은 음식 같이 먹고 싶으니까. 식사를 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 지수에게 윤주는 '뭘 그렇게 봐?'라고 묻는다. 지수의 대답이 참 흐뭇하다. '무슨 반찬 제일 먼저 먹는지 보려고.' 좋아하면 사소한 것부터 관심이 생긴다.

'추운데 왜 기다려.' '하나도 안추워. 힘들었지?' 좋아하면 걱정되고, 좋아하면 챙겨주고 싶다.

'그런 일 말고 다른 일 하면 안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좋아하면 간섭하고, 좋아하지만 간섭은 싫을 수 있다. 서운할 수 있다.

싸우고, 삐치기도 하지만, 전화 한통에 달려가고 툭툭 치면서 서로 웃고 금방 화해한다. 서로 좋아하면 가능하다.

연애가 어디 반짝반짝하기만 하던가. 관계에 틈이 생기고, 어긋남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툭툭 튀어나온다. 예전 같지 않은 지수에게 윤주는 상처를 받는다. 변심과 상처는 이미 저질러진 것. 은폐나 외면은 가능할지 몰라도, 회복이나 복구는 쉽지 않다. 서로의 타이밍이 이미 어긋나서 더 그렇다. 상처 받은 윤주는 마음을 정리하려고 하지만,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지수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윤주를 다시 찾는다. 둘의 재회는 다시 연애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남겨놓고 영화는 끝난다.

세상에 '동성애'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영화는 그냥 연애영화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그 흔한 감정의 시작과 과정을 소박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어쩌다 가까워지고 한몸처럼 지내다가 다시 멀어져가는 그 흔한 연애에 관한 영화다.

동성애 차별은 당연히 철폐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동성애가 특별하게 존중받는 식으로 다뤄져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동성애는 그냥 연애다. 연애에 이성애와 동성애가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 '연애담'은 퀴어영화이지만 퀴어영화가 아닌 연애영화다. 동성애를 특별하게 다루지 않는 것은 '연애담'이 좋은 퀴어영화인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