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베토벤 : 혁신과 화합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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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베토벤 : 혁신과 화합의 향연

오늘 휴가까지 내고 본 다큐영화 '댄싱 베토벤'. 수시로 ACC 홈페이지를 살피는데, 이거 보자마자 바로 예매. 후배 것까지 해주려고 했지만, 1인 1매만 가능. 나중에 알려줬는데 이미 매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누구나 들어봤을 매우 유명한 음악인데, 여기에 현대무용이 결합하는 공연이라니. 아, '댄싱 베토벤'은 공연실황은 아니고,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후반부에 실제 공연 장면을 짧게나마 볼 수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이 다큐영화를 봐야할 이유로 충분하다.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스위스 베자르 발레 로잔과 도쿄 발레단의 협업으로 완성된 공연이 도쿄에서 펼쳐진다. 1964년 '합창'을 초연한 모리스 베자르의 안무를 연습하는 무용가들의 모습은 공연실황 만큼이나 환희를 준다.

알다시피 베토벤은 청력을 완전히 잃은 지 오래인 상태에서 마지막 교향곡 '합창'을 완성했다. 작곡가에게 청력을 잃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최악의 절망 속에서 탄생한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은 희망과 화합을 노래한다. 이미 노쇠한 작곡가 취급을 받았지만, 베토벤의 노년에 완성된 '합창'은 혁신이었다. 당시에는 교향곡에 악기가 아닌 사람의 소리 그러니까 노래가 들어간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절망에서 끌어올린 혁신적인 교향곡과 현대무용의 혁신을 일군 베자르의 만남. 화합을 노래하는 교향곡, 백인종과 흑인종, 황인종 등 다양한 인종이 함께 만들어내는 군무, 서양과 동양 발레단의 협업. 모든 것이 인류의 화합을 이야기한다.

이 다큐에 출연하는 말리야 로먼이 주빈 메타를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묻는다. "청력을 잃은 베토벤이 이 공연을 본다면 어떻게 말할까요?" 주빈 메타는 본인도 생각 못해본 거라며 웃는다. 자신이 작곡한 음악의 소리를 듣지 못한 베토벤은 무용이 펼치는 몸의 언어를 보고 자신의 음악을 비로소 듣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