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천국제음악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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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대학 시절에는 부산, 전주, 부천 등 국제영화제를 찾아다녔는데, 어찌된 일인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국제영화제를 찾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놀지 못하는 일은 돈보다는 마음이 없을 때 더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어쩌다 소식을 듣기만 했는데, 올해엔 드디어 다녀왔다. 1박2일 일정이 아쉬웠지만, 고대했던 '원 썸머 나잇'의 마지막 밤을 즐긴 것만으로도 풍족했다.

해질녘 입장한 청풍호반무대는 자체만으로도 낭만적이다. 오바하자면 영화제에 와서 영화는 안보고 '원 썸머 나잇' 하나만 즐겨도 좋다. 가수들의 공연도 좋았지만, 시네마콘서트는 와 기대 이상이다. 커다란 무대의 스크린에는 흑백 무성영화 <카메라맨>이 상영되고, 생태주의 어쿠스틱 밴드 '신나는 섬'이 영화 속 장면과 근사하게 어울리는 연주를 영화가 끝날 때까지 끊김없이 들려준다. 무려 1928년에 나온 무성영화와 현대 어쿠스틱 밴드의 음악연주가 이토록 흥미진진할줄이야. 낮동안 폭염에 달궈진 바닥에서 열기가 훅훅 뿜어져 올라왔지만, 충분히 견딜만 한 가치가 있다. <카메라맨>은 90년 전에 나온 무성영화이지만, 요즘 나오는 어떤 로맨틱코미디보다 좋다. 이리저리 꼬지 않고 그대로 직진하는 순정과 직선으로 흐르는 이야기의 힘을 잘 보여준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김연우는 두말할 것 없이 '연우신'의 가창력을 보여주었고. 공연은 역시 현장이 최고다.

첫번째로 본 영화 <침묵이여 안녕>. 상영후 일본인 감독의 GV가 있었다.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했다. 내 질문에 사회자가 관련하여 보충질문까지 하고. 통역은 길었는데, 답변은 짧았다. 흠흠.

그나저나 나름 여행을 다니면서 결론내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힘들게 맛집을 찾지는 말자는 것. 지역 편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라도를 벗어나면 음식은 그냥 먹을만한 수준에서 만족하는 게 속 편한 여행이 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번에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