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자전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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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자전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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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주문한 새 자전거가 도착했습니다.
2007년형 MERIDA SUB40 입니다.
이전 자전거를 도난당한지 꼭 일주일만이었죠.
더 좋은(비싼) 자전거입니다.
내 자전거 훔쳐간 도둑놈 보란듯이, 더 좋은(비싼) 자전거를 장만했습니다.
도둑놈에게 나는 좌절하지 않는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다시는 내 자전거를 홀로 남겨놓고 집에 가지 않을 것입니다.
번거롭더라도 되도록 실내 보관을 원칙으로 할 생각입니다.

새 자전거를 소개하며, 역시 시 한편을 적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내 손으로 잡은 변속레버로 따스하게 번져오는
감촉을 주고 받으며
걸레를 들어 그대에게 묻은 흙먼지를 닦아주고
얼어붙은 내 엉덩이를 그대의 안장으로 감싸며
도시의 공기를 가르는
그렇게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겨울숲 같은 아스팔트의 벌판에
언제나 새순으로 돋는 그대
이 세상 모든 길이
동맥경화처럼 꽉꽉 막혀 있을 때
그 사이를 흐르는 물소리 되어
싱싱 달리곤 하던 그대여

세상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자전거를 타기에도
너무 늦은 나이라고 말할 때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언제든 다시 페달링할 수 있다고
조그맣게 바퀴를 굴리며 오는 그대
그대와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너무 빠른 속도는 아니고
그저 소박한 속도의 삶을 함께 하며
땀 흘려 페달링하는 기쁨의 사이사이에
함께 있음을 확인하고

이것이 비록 매연을 삼키는 것일지라도
그래서 다시 보람임을 믿을 수 있는
웅웅 두 바퀴의 소리로 지구의
눈물을 잊을 수 있게 하는 그대여 희망이여
그대와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