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모두 보행자이다.

두말 하면 잔소리다. 한국 사회의 주차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
주차공간 확보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전무하다시피하다는 정치적 원인도 문제이지만,
자동차 운전자들의 비윤리와 몰상식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거리낌 없이 인도에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불쾌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이면도로 진입로 때문에 끊긴 인도와 인도 사이에 얌체처럼 길을 가로막고 주차된 차량도 부지기수다.
특히 인도턱을 낮춰놓은 부분을 빈틈없이 가로막은 채 주차된 차량을 보면 자전거 페달 끝으로 확 긁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자전거가 다니기에 불편할 정도면 보행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불법적으로, 비윤리적으로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보행자와 자전거는 불편과 불쾌를 겪어야 하고, 심지어 차도로 내려서야 하는 위험까지도 감내해야 한다.

차도에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들을 종종 본다.
휠체어 옆을 미친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을 보면 아찔한 순간이 많다. 매연과 소음,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장애인들이 차도로 내려오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인도를 불법 점거하는 파렴치한 자동차 운전자들이다.
심하게 말하면, 이들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잠재적 살인자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권리보다 의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교통의 강자이기 때문이다. 교통 약자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공공재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많은 특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보행자 1명, 자전거 1대가 필요로 하는 땅과 자동차 1대가 차지하는 땅의 면적을 비교해보라. 또 자동차 1대가 만드는 수많은 환경오염에 대하여 정당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지 살펴보라.
대형마트의 주차장에 투입된 비용은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되는데(주차비 안 낸다고 공짜가 아니다!), 자동차 운전자들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이나 도보, 자전거 이용자들도 공동으로 부담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라. 주차장 이용 안했다고 물건 값 깎아주지 않는다.

자동차 운전자에게는 교통 약자를 배려하고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법률에도 명시돼 있는 내용이지만, 법 이전에 윤리이자 예의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보행자가 되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지금 자동차 안에서 강자의 편리함을 만끽하고 있다고 해서, 그 순간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당신 뿐만 아니라, 당신의 가족과 친구, 연인 등 누군가는 지금 보행자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보행자이다.


전남대, 자동차 천국 되는가?

요즘 전남대 캠퍼스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한심하다. 캠퍼스가 점점 자동차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스팔트 재포장을 하고, 여기 저기 횡단보도를 죽죽 그어놨다. 횡단보도는 보행자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자동차 중심의 발상에 불과하다. 자동차 운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정해진 구역에서 길을 건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캠퍼스는 대형 주차장이 된 지 오래다. 길의 한 쪽 편은 주차된 차량으로 빼곡하고, 수업 이동 시간이 되면 자동차와 사람들이 뒤엉켜 혼잡하기 그지 없다.
예전에 나는 캠퍼스 산책을 즐겼다. 전남대 캠퍼스는 나름대로 운치 있었고, 가벼운 망상을 즐기며 느린 호흡으로 걸을 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별로 걷고 싶지 않다. 자동차 매연을 마셔야 하고, 길을 걸을 때마다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 싫기 때문이다.
학교가 이래서는 곤란하다.


<한겨레21> 아 유 젠틀주차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