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자출사' 카페 광주/전라방에 올린 글.
방금 집에 돌아오는 길에 심상치 않은 일이 있어서 일단 글 올려봅니다.
그러고 보니 전라/광주 방에는 처음으로 글 올리는 것 같네요. ^^;;
시각은 오늘 밤 11시 05분쯤 되었을 겁니다.
화정4거리에서 광주시교육청 방향 도로 횡단보도에서 신호대기 중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탄 학생(중3~고1쯤으로 보였음.까까머리에 약간 마른 체형)이 뒤에서 '저기요'라고 부르면서 제 옆에 섰습니다.
그러더니 대뜸 자기 자전거를 가리키며 '이 자전거 얼마쯤 해요?'라고 물어보더군요.
그 순간 왠지 '도난' 두 글자가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그 학생에게 좀 공격적으로 물어봤습니다.
'본인이 산 자전거 아니예요? 산 거면 가격을 왜 몰라요?'
그랬더니,
'삼촌이 준거라서 몰라요.'
한번 의심이 드니까 자꾸 그쪽으로 생각되더군요.
'혹시 훔친 거 아니예요?'라고 톡 쏴줬지요.
그랬더니 삼촌이 준거라고 거듭 말하고나서, 더 대화하지 않겠다는 듯 약간 앞으로 나아가더군요.
그런데 대화 전에 파란 불로 바뀌었는데, 그 때 마침 빨간 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그 학생 옆으로 가서 '꽤 비싸 보이는데요.'라고 하면서 다시 말을 붙였습니다.
혹시 몰라서 어떤 단서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삼촌이 광주에 없냐고 물었더니, 서울에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럼 삼촌한테 물어보면 되겠다고 하니까, 그러겠다고 합니다.
그 순간 다시 파란불.
어찌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서더군요.
일단 그 학생을 뒤따라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뒤따라서 횡단보도를 건넜는데, 그 쪽에 그 학생의 친구가 자전거(보통 생활자전거)를 탄 채 기다리고 있고, 그 자리에 멈추는 겁니다. 같이 멈출 수는 없어서 속도를 줄인 채 지나쳐 가는 척 했습니다.
그리고 서행하면서 뒤쪽을 살폈는데, 안 오더군요.
다시 되돌아가기도 뭐하고... 서행하면서 다시 살짝 뒤를 돌아봤더니 그 학생들이 안 보이는 겁니다.
일단 상황 설명은 여기까지이고요.
혹시 제 추측대로 그 자전거가 도난자전거라면 피해자 분에게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눈 앞에서 용의자(?)를 놓쳤네요.. ^^;; 증거도 없이 파출소로 끌고 갈 수도 없고...
그리고 제 추측이 전혀 틀렸고, 그 학생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 학생에게 사과하고 싶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본다면 미안한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본 자전거와 가장 비슷해 보이는 사진을 올립니다. 뒷서스펜션과 휠 모양까지 거의 똑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