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ycle

광주천 자전거 뺑소니범 검거하다!

오랜만에 광주천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샤방샤방 달리고 있는데 내 왼쪽으로 뭔가 씽~ 지나간다.
자전거다. 놀랬다. 그러고나서 서너대가 더 나를 앞질렀다.
보니까 중학생들이다.
이 녀석들이 광란의 질주를 즐기고 있었던 것.
운동 나온 시민들도 많아서 위험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저 앞에 보니, 아까 그 녀석들이 서 있는 게 보였다.
한 꼬마가 엉엉 울고 있고, 그 옆에는 자전거 한대가 나뒹굴고 있었다.
이 상황이면 안봐도 비디오!
녀석들이 미친 듯이 달리다가 꼬마와 접촉사고를 낸 것일 터.
일단 자전거를 세우고, 꼬마에게 가서 여기저기 몸 상태를 살폈다. 오른쪽 팔꿈치 조금 까진 것 말고는 외상은 없었다.
옆에 있던 중학생 녀석들한테 물었다.

"너네가 부딪힌 것 아니냐?"
"아닌데요. 넘어져 있길래 일으켜 준 거예요."

꼬마에게 확인 들어간다.
그런데 꼬마가 엉엉 울고 있어서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어떤 할아버지가 와서 부딪혔다는 말로 들렸다.
그러고 나서 집이 어디냐, 이러쿵 저러쿵 하고 있는데, 그 중학생들은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버렸다.

그래도 미심쩍어서 다시 꼬마한테 차근차근 물어봤다.
꼬마도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울음을 그치고, '형아들이 밀었다'고 말했다.
"아까 그 형들 말이야?"
꼬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그 순간 꼬마의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왔다.
할아버지한테 저 앞에 가고 있는 녀석들이 이 꼬마와 부딪혀서 사고가 났다고 말씀 드렸다.
할아버지가 앞장 서고 꼬마는 제 자전거를 타고 쫓아갔다.
그런데 그 속도로는 어림 없을 것 같았다. 꼬마한테 자전거와 부딪힌 중학생의 옷 색깔을 물어봤다.
"노란색이요."
OK!
기어비를 3*7로 놓고 추격 개시!
다행히 녀석들이 멈춰 있는 것이 보였다.
노란색 티를 입은 녀석 앞을 자전거로 가로막으면서 세웠다.

"야! 네가 꼬마 밀었다며?"
"민 것이 아니라, 살짝 부딪혔어요."
"여하간 부딪혔으면 조치를 취하고 가야지, 그냥 도망가면 되냐! 꼬마 할아버지가 오고 있으니까 돌아가자."

그러는 사이에 할아버지와 꼬마가 도착했다.
뺑소니범을 검거하는 순간!
다행히 그 중학생도 순순히 잘못을 인정했다.
할아버지에게 혹시 모르니까 연락처를 받아놓고, 병원에 데리고 가시라고 말씀드렸다.
중학생의 보호자와 통화 확인하고, 녀석들에게 훈계를 한 뒤 모든 사태가 수습되었다.

녀석들과 헤어지면서 조심히 타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런데 나를 쳐다보는 눈초리가 좀 이상하다.
왠지 모를 불길함이 엄습해오고,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냅다 달려서 집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