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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문화전당

얼마전 광주드림에 투고한 글이다.


걷기 좋은 문화전당

국립아시아문화전당내 주차장 규모를 크게 줄이기 위한 조례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었다고 한다.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문광부의 방침에 광주시가 협조한 결과다. 주차공간 대신 문화공간 확보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장기적으로 자동차의 도심 진입을 어렵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전당 주변을 문화공간과 보행중심 거리로 가꾸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자동차의 역사는 보행 공간의 잠식과 궤를 같이 해왔다. 차도가 넓어지면서 보행자는 ‘갓길’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지금 보행현실을 보라. 보행자가 최우선으로 보호받아야 할 인도와 횡단보도에서조차 자동차의 위협과 눈치에 시달려야 한다.

잠시 눈을 돌려 네덜란드를 보자. 네덜란드는 자전거와 보행의 천국으로 유명하다.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은 43%가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한국은 2.4%) 그렇다면 자전거전용도로와 자전거 주차장을 확충하는 자전거 활성화 정책이 성공한 것일까? 반만 그렇다. 나머지 반은 바로 자동차 억제 정책의 성공이다.

암스테르담 시는 1992년 도심에서 자동차 통행을 제한하는 문제를 두고 시민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자전거와 보행 지지자들의 승리. 그 후 암스테르담 시는 도심의 주차장을 없애고 차도를 일방통행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는 자전거 도로와 보행길이 들어섰다.

델프트 시도 마찬가지였다. 도심의 주차장을 줄이고, 차도 곳곳에 속도방지턱을 설치해 자동차를 못 살게 구는 정책을 펼쳤다. ‘보네프’ 표지판이 있는 구역에서 자동차는 시속 15~18킬로미터로 서행해야 한다. 또 이곳에서 사고가 나면 자동차의 과실이 절대적이다. 그 결과 자전거 이용자들은 크게 늘었고, 아이들은 거리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 그랬다. “공동체의 건강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가’이다.” 문화전당 건립을 계기로 광주의 도심 보행환경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자동차 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

조원종 시민기자(communi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