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사랑 :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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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사랑 :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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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파란 눈과 금발을 가진 여자. 남편은 성공한 한인 2세 남성.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들의 삶. 그러나 남편의 신체적 문제로 그들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지하, 뉴욕에 불법체류 중인 한국 남성. 연인이 한국에 있다. 하루 빨리 돈을 벌어서 연인을 미국으로 데려오려고 한다. 하지만 불법체류자가 돈 벌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정자라도 팔아서 돈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그마저 거부당한다. 불법체류자는 신분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

임신을 위해 정자가 필요한 소피.
정자를 팔아서라도 돈을 모아야 하는 지하.

거래는 그렇게 시작됐다.
삭막한 섹스는 수단에 불과했고, 거래의 목표는 소피의 임신이다.
소피의 임신을 위한 섹스는 계속 된다.

어느날 우연히 소피의 남편을 보게 된 지하는 소피의 속사정을 알아챈다. 대타에 불과한 자신을 발견한 지하, 불편한 심사를 감추지 못한다. 거래에 감정이 개입한다. 호감이든 분노든 감정의 발생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은밀한 거래로 시작한 관계는 내면의 교감으로 진전한다.
호기심이 관심으로, 관심이 배려로, 배려가 사랑으로. 알다시피 사랑은 핑크빛으로만 가득한 것이 결코 아니다. 때로는 분노가, 불편함이 끼어든다.

불안정하고 거칠어 보이던 지하는 소피를 위해 침대의 시트를 바꾼다. 꽃을 사기도 한다. 변한 건 지하 뿐이 아니다. 온실 안 화초 같던 소피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려는 강인함을 보인다. 변화, 사랑의 시작일까.

소피는 임신한다. 이것은 거래의 종결.
지하에게 성공수당(?)을 주면서 소피는 다시는 만날 일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애초 약속했던 거래는 끝났지만, 두 사람의 마음마저 순식간에 정리될 수는 없다.
소피의 남편은 둘의 거래를 눈치 채고 영화는 막바지로 간다.

영화의 마지막은 찬란한 햇살이 비치고, 머리칼을 날리는 바람이 부는 바닷가를 보여준다.
그 곳에서 소피의 아이가 해맑게 뛰어 놀고, 소피는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소피는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한 모습이다.
소피의 남편이나 지하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임신한 소피와 아이의 행복한 모습이 가득한 엔딩.
과연 소피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당신이 상상해보라.

'불륜'(윤리가 아닌 사랑이 있다니!)영화의 뻔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이 영화의 미덕 중 하나다.
많은 이들이 말하듯, 이는 여성 감독의 힘일 것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라."
이 영화에서 김진아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라고 한다.
행복을 찾는 방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