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지키는 편향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결선투표까지 간다.
과반수 득표에 실패한 권영길 후보와 2위에 오른 심상정 후보가 결선투표에 올랐다.
이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
대다수 언론들은 권영길 후보의 과반수 득표 실패와 심상정 후보의 '바람'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가장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다양한 해석이야 탓할 일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민중의 소리> 진짜 파란은 '권영길의 약진'이었다
<레디앙> 대파란, 심상정 vs 권영길 결선 격돌
<프레시안> '심상정 바람', 결선에서도 불까
<오마이뉴스> 권영길 대세론 꺾은 '심바람'

내가 즐겨 찾는 언론들이 내놓은 분석 기사의 제목들이다.
<레디앙>, <프레시안>, <오마이뉴스>는 약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심상정 바람'을 주목하는 듯 하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민중의 소리>.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냄새가 풀풀 난다.
'심상정 바람'론에 대한 노골적인 반박임을 당당하게 선포하고 있는 제목이다. naive하게 보면, 새로운 분석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명백한 '권영길 밀어주기'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다.
그 자체를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편향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니까!)
진짜 문제는 편향의 내용.
기사를 읽어보고 각자 판단하면 될 일이지만, 내가 보기엔 별로 설득력이 없다.

"진정한 이변은 노회찬 지지에서 권영길 지지로 옮겨온 당원들의 지지와 이를 이끌어낸 선거캠페인이었던 셈이다."

기사의 마지막 문장은 '오바'가 심했다. 권영길 후보가 각 지역 투표에서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수적으로 다수인 자주계열의 조직적 투표가 가장 큰 원인이었음을 누구나 안다. 이것은 가치가 아니라 팩트이다.

대선에 2번이나 출마했고, 창당 이래 최근까지 당의 얼굴이었으며, 당내 최대 정파인 자주계열의 조직적 지지까지 얻은 권영길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한 것을 어떻게 '약진'으로 볼 수 있을까.
누구나 꼴찌라고 예상했던 심상정 후보가 노회찬 후보를 이기고 2위로 오른 것을 '약진'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정도는 정파적 입장을 떠나 상식적 수준의 판단이다.

정파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상식은 지키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