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등산은 자동차가 싫어요

2007년 10월 16일치 <광주드림>에 실렸다.

“무등산은 자동차가 싫어요”

지난 주말, 모임이 있어서 무등산 산장으로 나섰다. 교통수단은 자전거. 산수5거리부터 무지막지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페달을 밟으며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숨이 턱까지 차고 허벅지 근육은 잔뜩 팽창한다. 자전거를 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고통스럽지만 상쾌하다. 다만 반갑지 않은 자동차 매연 때문에 좀 괴롭긴 하다.

휴일 탓인지, 산장으로 향하는 자동차들이 꽤 많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자동차 행렬을 보며 “이 많은 차들이 무사히 주차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산장으로 가는 도로 양 옆으로 주차된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미 주차장은 포화상태. 시간이 갈수록 도로가에 주차하는 차들이 늘어났다. 급기야 내려오는 시내버스와 올라오는 관광버스가 좁아진 도로에서 교행을 할 수 없어 꼼짝달싹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버스 뒤로는 승용차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사람들이 내리고 한참 차량 정리를 하고나서야 길은 뚫렸다.

산장과 원효사 부근은 빈틈없이 자동차로 가득 찼다. 심지어 ‘주차금지’ 팻말이 붙은 바리케이드를 치워버리고 그 곳에 주차하는 용감한(?) 시민도 있었다.

몰려드는 자동차들 때문에 몸살을 앓는 것은 무등산뿐이 아니다. 편하자고 매연을 뿜어대며 올라와봤자 주차난과 체증 때문에 서로 불편하고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일요일엔 많은 시민들이 휴식과 건강을 위해 무등산을 찾는다. 자동차에게도 휴일을 주면 어떨까.

무등산에 갈 때 하루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좋지 않을까. 시내버스를 타고 가면 돈도 아끼고, 주차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다. 시내버스 이용률이 높아지면, 자동차가 줄어들고, 그러면 체증도 없다. 단순한 이치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지 않다. 이미 자동차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쉽게 운전대를 포기하지 못한다. 이치는 단순하지만, 의식의 변화 없이는 소용없는 것이다.

물론 시민의 의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제도의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광주시는 휴일만이라도 무등산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증차 운행하도록 해야 한다. 불편한 시내버스를 시민들에게 권할 수는 없다. 또 무등산 주차장 요금을 크게 올려서 자동차 운행을 강하게 억제할 필요도 있다. 하루라도 자동차가 쉬면 우리 모두 기분 좋게 무등산에 오를 수 있다.

조원종 시민기자 communi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