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런 개에겐 몽둥이가 약

세상에는 아직 개새끼들이 많다.
'중국 현대 문학의 아버지'이자 사회주의자인 루쉰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무는 개라면, 그 놈이 뭍에 있건 물 속에 있건 전부 때려도 되는 부류에 속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도시미관'인지 모르겠지만, '미관'을 위해 누군가의 생존권을 박탈해도 된다는 발상은 어떤 뇌구조에서 나온 것일까.
그런 만행을 범하는 데 시민의 혈세를 쓴다는 것도 참 살 떨리는 일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아래 시는 <프레시안>에서 가져왔다.

비시(非詩)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
 
  - 불량식품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내가 어려서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붕어빵을 13년동안이나 구워 오종오종 어린이들에게는 발길 멈추는 꿈을 주시고, 배고픈 이들의 배를 값싸게 채워주시며, 가난한 모임방에 훈훈한 인정이 배달되게 하시고, 그 한 푼 거짓 없는 노동으로 자식들 공부도 시켜주셨다는, 붕어빵 아저씨 故 이근재 선생님 영전에 드림.
 
  어떤 그럴듯한 표현으로 당신을 그려줄까
  13년 동안 밀가루값 가스값 빼면
  이제 100원 벌었고 200원 벌었고 300원 벌었고를 헤아리며
  변함없이 붕어빵만 구웠을 당신의 무미건조한 삶을
  당신의 옆에서 또 그렇게 순대를 썰고 떡뽁이를 팔던
  당신의 아내를
 
  어떤 그럴듯한 은유로 그날을 보여줄까
  2007년 10월 11일 오후 2시 고양시 주엽역 태영프라자 앞
  트럭을 타고 갑자기 들이닥친 300여명의 용역깡패들과 구청직원들에게
  붕어틀이 부서지고 가판이 조각나고
  조각난 리어카라도 지키려다
  부부가 길바닥에서 얻어터지며 울부짖던 날을
 
  어떤 아름다운 수사로 그 밤을 형상화해 줄까
  잘난 것 없는 죄, 못 배운 죄 억울해
  붕어빵 순대 떡뽁이 팔아 대학공부시키는
  자식들 마음 아플까봐 몰래 숨죽여 울며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여보, 미안해. 여보, 미안해 사죄하며
  부르튼 아내 손 꼭 잡은 채 잠들지 못했다는 그 밤을
 
  어떤 이미지로 그 아침을 새겨줄까
  뜬눈으로 샜을 새벽 4시 30분
  일용일이라도 나갔다 오겠다고 나간 아침
  어디론가 떠돌다
  끓어오르는 분노와 설움 참지 못하고
  길거리 나무에 목을 매단 당신
 
  당신의 죽음 앞에서
  어떤 아름다운 시로 이 세상을 노래해 줄까
  어떤 그럴듯한 비유와 분석으로
  이 세상의 구체적인 불의를
  은유적으로 상징적으로
  구조적으로 덮어줄까
 
  500여 가구의 노점상 양민들을 거리에서조차 몰아내기 위해
  31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는 고양시청
  30명도 채 안 되는 노점상 양민들의 생존권을 빼앗기 위해
  150명의 폭력배를 고용한 구청
  그 공무수행을 돕기 위해 나와 있었다는 경찰
  쓰레기처럼 짓밟히되
  저항하면 공무수행위반으로 구속하겠다는 경찰
  그렇게 폭력배를 고용한 관공서를 경찰이 보호하며
  양민을 향한 폭력이 공무로 수행되는 나라
 
  이런 민주주의가 판치는 세상을
  어떻게 그럴 듯하게 문학적으로 미학적으로 그려줄까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읊어줄까
  국화꽃 같은 누이로 그려줄까
  어떤 존엄한 시어를 찾아줄까
  그러면 나의 시도 어느 연인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그러면 나의 시도 어느 평론가들로부터 상찬받을 수 있을까
  그 애매함으로, 그 모호함으로, 그 규정되지 않음으로
  그 깊은 서정성으로, 그 새로운 해석과 역사성으로
  어떤 문학사의 말미에나마 기록될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이 더러운 세상
  이 엿같은 세상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저들이 당신들의 생존권과 터전을 가진자들을 위한 법으로 들어엎듯
  당신들이 또한 이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없는자들의 새 법을 만들어 들어엎어버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무슨 시를 쓸까
 
  여보, 미안해
  여보, 미안해
  붕어빵틀을 잃어버려 미안해
  당신의 순대를
  당신의 떡뽁이를
  당신의 도마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아, 게로니카의 학살도 이보다 잔인하진 않았으리*
  이렇게 일상적이지는 않았으리
  이렇게 보편적이지는 않았으리
  이렇게 평범하지는 않았으리
 
  * 김남주 선생의 시구절을 빌어 옴.

송경동 시인은
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을 맡고 있다. 포스코 건설노동자 파업 당시 숨진 하중근 씨를 위한 추모시, 한미FTA 반대를 외치며 분신한 허세욱 씨에 대한 추모시를 짓는 등 적극적인 현실 참여 시 활동을 벌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