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동차는 왕이 아니에요

2007년 10월 24일치 <광주드림>에 실렸다.

"자동차는 왕이 아니에요"

심리학을 전공한 한 미국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거의 모든 사람이 정서적으로 미치광이가 된다”고. 내 경험상 ‘미치광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운전자들이 옹졸해지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일부 운전자들의 사전에는 양보라는 단어가 삭제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자전거와 보행, 대중교통을 교통수단으로 삼고 있는데, 자동차 운전자들의 양보를 받는다는 것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길을 걷다 교차로의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모퉁이에서 교통섬으로 가는 길은 무척 길다. 열 걸음도 안되는 거리이지만 우회전하는 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기 때문에 한 걸음도 내딛기 힘들다.

인도 끝에 보행자들이 서 있어도 자동차들은 먼저 멈추는 법이 없다. 한국의 도로에서는 ‘힘 센 놈이 왕’이니까.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면 자동차는 당연히 멈춰야하는 규정은 있으나 마나. 있는 규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 보행자들은 ‘왕’들의 행차가 끝난 다음에야 길을 건널 수 있다.

가끔은 강요된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들이대고 보는 용감한 보행자들도 있다. 이들의 선구적 행동으로 자동차는 멈추고(어쩔 수 없이!) 보행자들의 앞길이 열린다. 소심한 보행자들에게는 영웅적인 행동이지만, 위험하기 때문에 권장할 일은 아니다.

자동차는 교통의 강자이지만, 교통약자를 보호하는 데에는 무관심하다. 자동차는 보행이나 자전거와 같은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수많은 특혜를 받고 있지만, 양보에는 무척 인색하다.

자동차는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소음공해, 교통사고의 주범으로 공동체에 많은 피해를 끼치면서도 약자 위에 군림한다. 이것은 상당히 부당한 일이다.

자동차 운전자에게 특별한 양보정신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규정에 있는 대로 자동차 운전자의 의무만 잘 지키라는 것일 뿐이다. 몇 초 빨리 가겠다고 아등바등 하는 것은 교통강자로써 자동차에게 어울리지 않는 옹졸한 행동이다. 강자의 미덕은 힘의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얼마나 배려하고 보호하는지에 있다. 힘 자랑 하는 사람치고 좋은 말 듣는 사람 있던가.

조원종 시민기자 communi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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