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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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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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15일 '발리 로드맵'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발리 로드맵'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갖도록 규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구체적인 조치들을 결정하기 위해 내년부터 다시 협상에 들어간다. 그래서 "말만 무성하고 실질적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많다.
그건 그렇고, 이번 총회 중에 열린 시민사회포럼의 주제가 '기후정의'(Climate Justice)로 선정됐다고 한다.
기후정의라는 개념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과 기후변화의 피해 사이에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소위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누적배출량의 70%를 차지한다. 그런데 정작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제3세계 국가들에 훨씬 더 많다.

이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적이 있다.

누군가 똥을 많이 싸서 화장실이 막히고 집안에 냄새가 진동한다면, 많이 싼 놈이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갖고 책임을 져야 한다. 일단 가족들에게 마스크라도 사다줘야 하고, 스스로 막힌 화장실을 뚫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똥을 많이 싸지 않도록 식습관을 바꾸거나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 이게 정의로운 것이다.

그런데 똥을 많이 싸서 화장실까지 막히게 하고, 가족들에게 숨쉬기 힘든 냄새까지 맡게 한 놈이 되려 다른 가족들은 똥을 싸지 못하도록 한다면? 또 다른 가족들은 어찌되든 상관없이 자기만 성능좋은 방독마스크를 쓰고 있다면? 심지어 앞으로 더 많은 똥을 쌀 생각만 하고 있다면? 그 놈은 나쁜 놈이다. 이것은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가족회의를 열어서 똥을 많이 싼 놈에게 정당한 책임을 지우고, 문제해결책을 내놓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가족 모두가 화장실이 막히지 않을 정도로 똥을 싸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후정의도 마찬가지 이치다.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고, 기후변화의 피해를 받고 있는 제3세계 국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남태평양의 카트레츠라는 섬을 보라.
카트레츠는 남태평양 보겐빌에 속하는 6개의 섬이다. 최근 섬이 하나 더 늘었다고 한다. 두 개의 산봉우리로 된 섬의 중간에 바닷물이 차올라 2개로 나뉜 것이다. 20년 전부터 바닷물이 차올라 농사도 못 짓고, 식수도 사라져 대신 코코넛을 마신다고 한다. 3천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카트레츠는 10~15년 후에 바다 속으로 완전히 잠긴다고 한다.
카트레츠에는 돈이 없다.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없고, 전기도 없으며(그래서 TV나 컴퓨터도 없다), 다른 섬에 연락하려면 카누를 타고 간다. 카트레츠 사람들이 배출하는 유일한 온실가스는 장작을 땔 때 나오는 것 뿐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섬과 주민의 생존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정의로운 세상과도 관련돼 있다.

그보다 더욱 명백한 것은 "그들의 현실은 우리의 미래"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