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량지
bicycle

세량지

012

썰물 빠지듯 친척들이 물러간다.
집안 청소를 얼추 끝내고, 채비를 서두른다.
포충사? 세량지?
한번도 안 가본 세량지가 끌린다.
페달을 밟는다.
광주대를 지나서 남도학숙 방향으로 달린다.
칠구재 터널을 지난다. 길이 500미터다.
갓길이 없는 터널 안은 무섭다.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터널 안을 찢어 놓을 듯한 굉음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핸들바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빠앙~'
뒤에서 오던 자동차가 경음을 울리며 자전거 옆을 순식간에 지나간다.
차 지나가니 주의하라는 선의로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놀라서 휘청거렸다.
욕이 절로 나온다.
자동차의 사소한 움직임만으로도 라이더의 생명은 왔다갔다 할 수 있다. 자동차 안에 있으면 그 사실을 잘 모르거나 쉽게 잊어버린다.
네덜란드와 같은 자전거 선진국에서는 자동차가 자전거에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무사히 터널을 통과하고 세량리라는 마을에 도착.
우연히 마주친 두 소녀에게 세량지 위치를 묻는다. 잘 모른다.
사진에서 본 저수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비슷한 형상의 지형을 찾아 페달을 밟는다.
내 예감이 맞았다.
산 아래에 저수지가 있다.
평범한 저수지다.
봄이나 가을도 아니고, 물안개가 멋지게 피어오르는 새벽녘도 아닌 때 찾아온 나를 탓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