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diary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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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에 들어오니 내 책상 위에 만원권 지폐와 편지가 놓여 있었다.
내일 대학원 졸업식인데, 부모님이 못 오시게 되었다.
아들놈 서운할까봐 걱정하시는 게 역력하다. 주무시고 있는 아버지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우리 집안에서 석사는 나 뿐이라며 '최고 학벌'이라고 하신다. 지난 설날에는 은근슬쩍 내 학위논문을 거실의 장식장 위에 꺼내놓으신 적도 있다. 친척들 보라는 듯.
병원에 계시는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괜찮다'고 했다. 어머니는 '네가 괜찮으면 나도 괜찮다'고 하신다.

나는 정말 괜찮다. 졸업식 따위야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다. 오히려 가는 게 좀 귀찮긴 하다. 다만 부모님에게 석사모 씌워드리고 사진 몇 장 찍어드리는 도리를 지키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그러지 못해서 부모님이 서운할까봐 그게 걱정일 뿐이다.

어머니가 그랬다.
"춘기 오면 춘기도 옷(학위복) 입고 같이 사진 찍자잉."
그러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