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근본적인 관점

[김규항 칼럼] 우리 안의 대운하

격동의 시기에 김규항이 입을 열었다. 한동안 그의 사회적 발언을 접할 수 없었는데, 모처럼 반가운 일이다.
작정하고 쓴 듯(하긴 그렇지 않은 글이 어디 있겠냐만은) 평소 그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다.

나는 김규항의 단호한 입장을 좋아한다. 김규항은 외부에 대한 단호함을 자신의 삶에도 똑같이 또는 더 엄하게 적용한다. 그의 단호한 입장에는 늘 쉽게 부정할 수 없는 근본적 성찰이 토대를 이루고 있다. 대개 사람들은 근본적인 관점에 대하여 '그런 관점도 가능하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심지어 '현실을 무시하는 소리'라며 손가락질 하기도 한다.
미안한 말이지만, 근본적인 관점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정확하게 현실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관점이 늘 사회적 소수의 처지에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우리의 삶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관점은 우리의 생활과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명징하게 보여주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 동안 누리던 편리함과 안락함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본적인 관점은 '불편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몇 년전 어느 진보정당의 총선에 관여하면서 신기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진보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이가 자녀를 이런 저런 학원에 보내는 것을 보았다.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게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무엇을 반대하는 것만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결국 사회구조를 바꾸는 일과 나의 생활을 바꾸는 일은 병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