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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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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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촛불집회.
주최측 추산 5만여명이 모였다.
아마도 21세기 들어 가장 많은 시민이 금남로에 모인 것 같다.
그런데 예전의 '중앙집권적' 집회문화가 부활(?)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시민들은 무대를 향해 질서정연하게 앉아야 했고, 준비된 공연의 '관객'이 되어야 했다.
무대 위의 마이크가 흡수한 음성이 대형 스피커를 통해 금남로를 장악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귀청을 때렸다. 옆 사람과 대화 나누기도 힘들 지경.
물론 자유발언도 있었다. 하지만 초기의 발랄함과 재치를 찾아보긴 힘들었다.
특히 미국인 조지 카치아피카스 교수의 자유발언은 생뚱맞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자유주의가 어쩌고, 미국의 거대 자본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금남로에 모인 시민들의 귀에 쏙 들어오는 발언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미국인이고 교수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지루한 발언이었다.
또 민예총 회원이라던가. 긴 시를 낭독했다. '미제국주의', '양키', '자본' 같은 운동권 전문용어들이 가득한 시를 분노의 목소리로 낭독했다. 너무나 무겁고, 너무나 거북한 시간이었다.

한번쯤 무대라는 게 없는 집회를 시도해도 좋을 것이다.
그냥 끼리끼리 모여서 수다 떠는 것도 집회 아닐까. 노래하고 싶은 사람은 노래하고, 춤 추고 싶은 사람은 춤을 추고, 발언하고 싶은 사람은 발언하고. 그러면 집회가 되는 거 아닐까. 수많은 사람들이 꼭 무대의 마이크만 쳐다봐야 하는 건 아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집회였다.

그나저나 플래시 없는 야간촬영은 심심하다. 내장 플래시로 버텨보지만... 에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