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적당히 살자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안입고 안먹고 악착같이 돈 모으고 대출받아서 아파트 한채 샀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글 아래에 이러쿵 저러쿵 댓글들이 올라왔는데 먼저 대표적인 댓글들을 보자.

●아직도 집 장만에 목숨 거는 젊은이들이 많은것 같네요. 대출까지 무리하게 받아가며 그럴 필요 있을까요? 전세 살면 어떻습니까? 삶을 좀 여유롭게 즐기면서 살아보세요.

●양도 차익도 별로 없을테니 빨리 처분하시고 그냥 전세사세요... 언젠가는 전세가 밑으로 집값이 떨어질 날 올 것입니다.

●글쓰신분 대단하세요,,성공하실겁니다..세상의 모든 와이프들을 응원합니다.

●집이 우선이 되는 이 사회가 싫긴하지만 어쩔수 없죠..이게 현실이니..^^; 암튼 고생했습니다. 집 장만하셨으니 앞으로는 약간은 누리(?)면서 사세요. 아 ~ 근데..이자 갚고 대출 갚으려면...에효..어찌 아파트 하나 사고 돈 다 갚으면 인생 다 끝~~ 답답한 세상이다... 암튼...축하드립니다.

●집에 목숨걸지 마세요..집이라하면 살아가는대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님니다..이자 내면서 빠듯하게 살다가 한순간 일터지면.도루묵 됩니다.이런말이잇죠 하나을 양보하면 다른하나가 생긴다고 2억주고살집 1억 전세살고 계약끝나서 나가라하면 새집 찿아 가면되고 아이들 맛난거 사주고 기분 좋고 나중에..중에..해주면 되지?? 그나중이?언제일까요??열심이 산다는건 꼭 집을 사고 차을 사는게 열심이 사는게 아닐겁니다.열심이는 살지마세요..즐겁게 내일 당장 내가 죽어도 난 행복 했다.라고 말할수 있게..살아보세요.지금것 살아오면서 느낀건대요 사람은 거짓말 않합니다..돈이 거짓말하지

●아주 큰 일을 치르신 경험이 있는 듯 하네요 사람마다의 가치가 있게 마련입니다 안 쓰고 아끼고 모아서 집을 사는데 인생를 건사람 님처럼 미래보다는 현실의 만족을 위해 사는 사람 두 부류중 어디가 나쁘다라고 말할 수 없으며 말씀드린 것처럼 자기가치는 자기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쓰고 안 먹고 모으는 그 기간이 남들이 보면 궁상일지라도 당사자에겐 그 모으는 기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일 수도 있으니까요...

●평생 살면서 한 게. 집한채, 이자내기, 학비내기, ... 끝. 이러면 섭섭하재

●대단하신 것은 맞는데 15년 동안 악착같이 산 이유가 아파트 1채 라니 참 현실이 씁쓸하군요


☞악착같이 살아봤자 미래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현재를 즐기면서 살자.
☞현실은 현실이다. 현재를 희생하면 미래의 행복이 올 것이다.

역시 내 맘대로 유형화한 것이니까 컴플레인 하지 마시길.

그런데 이렇게 유형화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다. 댓글의 텍스트를 가지고는 유형화할 수 있겠지만,
개인의 삶을 유형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다가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누구도 한 평생을 한 가지 유형으로만 살아가지 않는다.

현재를 즐기면서 산다고 하는 사람들도 한편으로는 미래의 불안을 고민하기도 할 것이고,
현재를 희생하면서 사는 사람들도 조금씩은 현재의 행복을 즐기면서 사는 때가 있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고 현재를 즐기는 데에만 몰입하던 사람이
어느 때부터는 현재를 희생하더라도 미래의 불안을 줄이려고 애쓰기도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할 것이다.

정작 문제는 어느 한 유형으로만 자신의 삶을 고정해버리는 것이지 않을까.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이렇게 사는 것이 좋아'라고 단정해버리고 다른 방식들을 배타적으로 대하거나
'나는 할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 문제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관이 있다. 살아가는 주체로서 누구나 인생관을 형성한다.

인생관은 언제나 진행형이다. 형성'된' 것이 아니라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현재를 즐기면서 산다고 하는 사람들도 한편으로는 미래를 위해 조금씩은, 가끔씩은 현재를 희생하기도 한다. 주야장천 '놀고 먹자'파는 사실 매우 극단적인 경우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런 건 혼자 마음 먹는다고 해서 되는 문제도 아니다. 한국사회처럼 사회안전망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고, 사람값이 똥값인 사회에서는, 타고난 자유인이나 경쟁에 몸을 던지지 않아도 먹고 살만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현재를 즐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알 수 없는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에 충실하려는 방식이나, 알 수 없고 불안한 미래 때문에 오히려 현재를 희생하며 살아가는 방식이나 불안한 사회에서 버티기 위한 생존기술이다.

그런데 어느 한가지 방식으로만 자신의 삶을 내몰다가는 다른 방식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거나 아예 할 줄 모르게 되어버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행복을 위해 미래를 희생하는 방식이나,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방식이나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물론 현재든 미래든 어느 한 쪽을 희생해야 할 시기가 있다. 다만 미래가 불안할 정도로 현재를 즐기면서 사는 것이나, 현재가 불행할 정도로 미래의 불안을 대비하는 것이나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결론은,
어떤 방식으로든 열심히 하되,
적당히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