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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천 자전거도로 야간주행기

오늘은 도서관에서 평소보다 20분쯤 일찍 나왔다.
예대축제 때문에 조금 시끄러워서...<<-- 요건 핑계! ㅎㅎ
평소 주행하는 코스 중간에 광천동 부근에서 광주천을 건너는데, 오늘은 광주천 자전거 도로를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래서 바로 천변 자전거 도로로 진입해 상무지구 방향으로 달렸다.
운동하러 나온 시민들이 좀 있었는데, 광천교(경복궁 예식장과 운암고가도로 사이를 잇는 다리. 이름이 맞나??)를 지나자마자 암흑 세계였다. 자전거 도로 쪽에는 가로등 하나 없었다.
자전거 도로는 울퉁불퉁, 패인 곳 투성, 캄캄해서 보이지도 않고...
한쪽이 푹 꺼져버린 곳도 있었다. 그걸 못 보고 잔차가 그대로 진입한다면 맨땅에 헤딩할 수밖에... 섬뜩...
완전히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꼴이었다.
캄캄한데다가 운동 나온 시민들이 있어서 속도는 내지 못하고 샤방모드로 페달질을 했다.
그러던 중 맞은 편에서 전조등을 밝히고 잔차 한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외부 스피커로 잔차 오디오 시스템을 완비했는지 신나는 음악 소리가 났다.
그런데 그 뒤에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다른 잔차 한대가 달려왔다.
허거덩!
전조등이나 후미등 암 것도 안 달아서 보이지 않았다. (물로 내 잔차는 앞뒤로 불빛이 깜박인다)
중앙선을 가운데 두고 각자 주행방향을 지키고 있어서 별 일은 없었지만, 순간 간담이 서늘... 그 잔차가 역주행했더라면!
천변이라 역시 날벌레도 엄청났다.
버프로 안면을 가리지 않았더라면 배불리 먹었을 것 같다.
칠흑같은 어둠과 비포장(?)으로 포장된 자전거 도로는 상무지구에 거의 도달할 때까지 계속됐다.
집에 가려면 천변 위로 빠져나와야 하는데, 그 때까지 나가는 길이 없었다.
젠장! 이러다 끝까지 가는 거 아닌가!
다행히 시청 부근을 지나니 천변 위로 나가는 길이 보였다.
허겁지겁 천변 위로 올라와 잔차를 세워두고 헬맷과 버프를 벗고 머리와 옷에서 날벌레들을 털어냈다.
상쾌한 저녁 라이딩을 기대했건만, 내 마음의 평화는 산산조각이 나고 화가 났다.
집으로 가기 위해 다시 잔차를 타고 시청 앞을 지나는데, 시청 앞 인도의 자전거도로는 참으로 깔끔했다.
시장과 공무원들 출퇴근 할 때 잔차 타고 광주천 자전거도로 통과하도록 하든가 해야지 이거..
시내 쪽 광주천은 청계천 짝퉁 흉내라도 냈다는데. 그외의 곳은 전혀 관리가 안됐다.
자전거 도로 다시 포장하고, 가로등도 설치해서 시민의 안전과 쾌적한 운동을 보장해줘야지.
다시는 야간에 광주천 자전거도로를 주행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