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빵
diary

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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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명절이 되면 아이들은 풍족했다.
멋쟁이 삼촌은 언제나 아이들 앞에 '종합과자선물세트'를 턱 내놓았다.
소란을 막기 위해 할머니는 직접 상자를 열고 나이순으로 과자를 하나씩 분배해주었다.
이 과자를 다 먹고 아이들은 '점빵'으로 달려갔다.
도시처럼 다양한 과자가 있을 리 없지만, 명절을 맞이한 아이들에게 그런 건 고려사항이 되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점빵'은 도시의 백화점 못지 않았다.
'점빵'에서는 늘 막걸리 냄새가 풍겼다.
'점빵'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면, 나는 아련한 막걸리 냄새를 맡는다.
이제는 명절이라고 '종합과자선물세트'를 기다리지도 않고, 동전을 쥔 채 '점빵'으로 달려가지도 않는다.
이런 사진을 꺼내 보지 않았다면, '점빵'이라는 단어와 그로부터 추억되는 나의 과거는 뇌 한 구석에서 조용히 잠 자고 있었을 것이다.
기록해 놓지 않으면, 기억되지 못하는 풍경.
하긴 기억될만 한 가치는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