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나이

2007년 7월 3일

저녁식사를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출사 카페에 들어갔다. 7시30분 번개모임 글이 있다. 오늘 중요한 몇 가지 업무도 끝냈겠다 수고한 기념으로 한 바리 뛰어줘야겠다 싶어서 나갔다. 17명이 모여서 너릿재 다녀왔다. 라이딩 끝나고 수일통닭에서 시원한 맥주로 뒷풀이까지 즐겼다.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닉네임과 실명, 그리고 나이를 말한다. 이른바 자기소개의 양식이 그러했다.
그런데 이름은 그렇다 치고 왜 나이가 마치 필수요소처럼 들어갔을까. 나이가 밝혀지는 순간 '뿅뿅뿅'님 하던 사이가 형님, 동생, 누나, 오빠, 언니 이렇게 질서가 잡힌다. 다들 그러한 질서가 편하고 좋은 것이라고 한다.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나는 그냥 '땡땡땡'님 하면서 존대하는 것이 더 편하던데.
오늘 모인 회원 중에 저와 동갑내기가 3명이 있었다. 서로 친구 하자고 하더라. 괜히 분위기 깰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자고 했지만, 나는 말을 낮추는 게 쉽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통해 호칭의 질서를 잡고, 고향과 출신학교 등을 따져서 관계의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한다.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나는 방법에 익숙지 않은 관계맺음의 결과일까. 상대방의 내면에 대하여 관심 갖는 일에 낯설어 하는 것일까.
8년째 알고 지내는 형이 있다. 관심분야도 꽤 비슷해서 자주 어울리는 사이다. 그런데 우리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라는 사실을, 7년이 넘어서야 알고 서로 그냥 웃었던 적이 있다. 서로의 일과 관심분야, 취향, 인간관계 등에 대해서 수없이 많은 대화를 했지만, 각자 출신학교에 대해서는 전혀 궁금해 하지 않았던 거다. 그건 우리의 관계에서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여하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훌륭한 교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