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위험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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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위험하지 않아


라이딩 도중 공원이나 벤치에서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흔히 겪는 일이 있다. 바로 주변에 있던 사람들(90% 이상이 아저씨들이다)이 다가와서 자전거에 관심을 보이는 것.
은밀히(?) 접근하여 내 자전거를 슬그머니 살펴본다. 그러고나서 나에게 건네는 첫 질문은 이런거다.
"이런 건 얼마나 하요?"
정해진 나의 답변은 이렇다.
"제 건 별로 안 비싸요." 이쯤 해서 다른 주제로 대화가 넘어가기도 하지만, 간혹 끈질기게 가격을 묻는 경우도 있다. 가격을 말해주면 이 분들은 별말 없이 가신다. 생각보다 싸서 죄송합니다. ㅋ

그 다음으로 자주 듣는 질문은 '자전거 타면 안 위험하요?'다.
이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문제다. 하지만 나는 정색을 하고 반박한다.
"위험한 건 자동차죠. 자전거는 하나도 안 위험해요."

자전거는 위험하지 않다. 자전거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뭔가? 바로 자동차 때문이다. 과도한 속도를 내거나 부주의한 주행, 돌발적인 도로 상황 등이 아니라면, 자전거 자체가 위험할 이유는 거의 없다. 오히려 자전거야말로 자동차보다 훨씬 더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생명을 해치는 위험한 교통수단은 자전거가 아니라 자동차다. 자전거는 위험하다는 생각은 틀렸다. 자동차가 자전거를 위험하게 만든다가 옳다. 자전거가 위험할 때도 있다. 어린아이나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 등에게는 자전거도 아주 드물게 위험할 수 있다.
자동차가 사람보다 우선이고, 대형차가 경차보다 대접받는 사회에서는 어린아이, 보행자, 자전거 모두가 위험하다. 물론 자동차를 탄 사람들도 위험하다. 자동차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자전거는 어린아이와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 보행자를 조심해야 한다. 대형차보다는 경차를 존중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이게 모두 거꾸로 돼 있다.

자전거가 위험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면 된다. 도로에서 자전거 한대가 다니는 것보다 2대 이상 함께 달리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여럿이 어울려 자전거를 타보면 안다. 안전한 것은 물론이고, 즐거움까지 얻는다.

스위스 태생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출퇴근 시간은 그만큼 여가시간을 감소시키는 초과노동시간이다"라고 말했다. 도시에 사는 노동자라면, 스위스 지폐에 초상화가 그려진 저명한 건축가의 지적에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듯.
"출퇴근 시간은 그만큼 여가시간을 증가시키는 초과여가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