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518 산성

광우병 촛불집회 때 경찰은 대형 컨테이너를 동원해 광화문 광장 촛불과 청와대 사이를 막았다. 사람들은 'MB산성'이라고 불렀다. 경찰의 발상 자체가 기괴한 것이기도 했고, 주권자와 소통하기를 대놓고 거부하는 주권 피위임인 MB를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주권자와 주권 피위임인 사이에는 거대한 '산성'이 있었다. 말할 권리가 있는 자와 들을 의무가 있는 자 사이에 놓인 대형컨테이너들은 외면의 상징이 되었다.
말하지만 듣지 않고, 듣지 않으니 말하지 않는다.

나는 감히 '518 산성'이라는 개인적인 조어를 세상에 내놓는다.
518 산성은 MB산성과 다른 점이 있다. MB산성은 듣지 않으려는 자가 쌓은 것이라면, 518 산성은 말하려는 자와 들어야 할 자, 침묵하는 자 모두가 함께 쌓아 올린 것이라는 것이다. MB산성의 부조리함은 명백할 뿐만 아니라, 축성 세력 또한 확연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렵지 않게 MB산성을 비난하고 조롱할 수 있다.
하지만 518산성은 다르다. 가장 먼저 밑돌을 깐 자들이 따로 있을 것이고, 큰 돌을 올려놓은 자와 자갈 몇 개를 끼워 넣은 자도 따로 있을지 모른다. 선동하는 자도 있을 것이고. 어쩔 수 없이 부화뇌동한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함께 축성하였다.
518의 실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