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이 산다 - 신자유주의 저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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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이 산다 - 신자유주의 저항가?


장기하와 얼굴들 하면 '싸구려 커피'를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겠다만. 나는 첫번째 정규앨범 수록곡 중에서 '별일 없이 산다'를 최고로 친다. 작년에 발매된 이후 들었을 때에는 이별(정확히 말하면 차인거지)을 견디는 중인 자가 '너 없이도 나는 잘 산다'는 식의 자기방어적 심리를 노래한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런 노래일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가사를 음미하고 음미하다가 문득 이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팍 쳤다. 이건 그냥 좀 튀는 가사가 아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을 노래하고 있다는 황당무계한 생각.

별일 없이 산다 - 장기하 작사/작곡

니가 깜짝 놀랄만 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거다
뭐냐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절대로 두다리 쭉뻗고 잠들진 못할거다
그게 뭐냐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이번건 니가 절대로 믿고 싶지가 않을거다
그것만은 사실이 아니길 엄청 바랄거다
하지만
나는 사는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좋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하루하루 아주 그냥

'너'를 신자유주의라고 생각하고 들어봐라. 별일 없이 사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 아닐까. 신자유주의가 조장하는 불안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매일매일 재밌고 신나고 즐겁게 사는 거. 신자유주의가 깜짝 놀랄만 하고 불쾌해질 것이며, 절대로 믿고 싶지 않을 것이고 두다리 쭉 뻗고 잠들지 못할 무시무시한 삶의 방식일 거다.
신자유주의가 가장 원하는 것이 내일을 위해 오늘의 유유자적과 행복을 유보하는 삶의 방식이니까.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적은 게으른 베짱이다. ㅋㅋ
자본가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노동자를 훈육하고, 현명한 노동자는 '내일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하지 말라'고 자신을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