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해오던 것
diary

늘 해오던 것


도대체 넌 기분이 나쁜 때가 언제냐고 묻길래 좋아하는 게 잘 안될 때 기분이 나빠지고 기분이 나빠지니까 신경질이 나고 신경질이 나니까 욕이 나오고 욕 하다 보니까 명박이 떠오를 뿐이고 부부젤라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데 세상은 원래 더러운 거라는 말에 정말 세상은 좋았던 적이 없을까 궁금한데 불만이 기록되지 않은 시대가 없고 살인이 중단된 적도 없고 질병과 오염에서 벗어난 때가 없고 전쟁과 강간은 끊임없이 저질러지고 이야 이럴바에 문명의 발달이 무슨 소용이냐 싶다만 그거라도 해왔으니까 이 정도야 라고 안심하다가 아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하고 다시 돌아가보면 정말 좋아한 게 맞아 라는 질문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어서 아휴 기분이 나쁠 때에는 항상 질문들이 던져지는 게 갑갑하고 질문도 가끔은 돌과 같아서 잘못 던지면 무고한 개구리가 맞아 죽는 불상사도 일어나는 법이므로 이것도 함부로 할 게 못된다 싶고 말은 듣는 사람이 있어야 의미가 있으니까 혼잣말은 말이 아닌가 하니 지가 말하고 지가 들으니 말은 말이로되 잡설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고 아무리 우겨봐도 월드컵은 절대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주지 않고 그럴 능력도 욕망도 없는데 수백만명이 거리에서 '대한민국'을 골백번 외쳐봐도 '우리는 하나'가 아니라고 우리가 언제부터 서로에게 우호적이었다고 심장 벌렁거리도록 한판 놀고 다시 서로에게 타인이 되는 거라고 말이지.

우리는 늘 해오던 것을 하는거야. 피곤할 정도로 타인을 의식하며 살지만, 정작 타인의 처지에 대해서는 놀랍도록 무관심하거나 공격하거나 하는. 가라타니 고진도 지적했지. "오로지 타인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타인을 조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