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 진부한! 그러나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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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스타>- 진부한! 그러나 마음을 움직인다.

영화 <라디오 스타>의 스토리는 진부하다.

한 때 날렸던 스타가 강원도 소도시의 라디오 방송 디제이를 맡고, 우여곡절 끝에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라디오 방송은 인기를 얻는다. 여기에 잠깐의 찡한 에피소드도 곁들여지고, 영화는 관객들에게 따스한 기분을 안겨주면서 끝난다.
스토리 얼개뿐만 아니라 캐릭터도 결코 참신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한 때는 날렸지만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88년도 가수왕' 최곤은 한 때의 화려함을 잊지 못해 현재의 곤궁함을 전혀 모르는(아니면 외면하는) 스타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준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좋게 밴드나 하고 있던' 최곤을 발견해 가수왕까지 만든 매니저 박민수는 끝까지 최곤의 손발 노릇을 마다 하지 않는 착하고 희생적이며, 순박하기까지 한 '형'(매니저라기보다는!)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스토리와 캐릭터의 면면을 보면 영화 <라디오 스타>는 그저 평범하고 잔잔한 휴먼드라마 정도다.
하지만 영화 <라디오 스타>는 그 진부함과 평범함을 넘어선다.
그 힘은 바로 영화 전반에 흐르는 자연스러움이다.

이 자연스러움은 이준익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 때문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또 안성기와 박중훈의 농익은 연기에 그 공을 돌리기에도 망설여진다.(고백컨대, 연기력을 떠나 나는 이 두 배우의 연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이름없는 조연들과 작은 도시의 정겨운 풍경들이 그 자연스러움을 만들어낸 것일까?
이 모든 것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탓이다.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부분들이 모여서 특별한 전체를 만들어낸 것.

진부한 영화 <라디오 스타>는 이 힘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다.

이와 비슷한 류의 영화로 <슈퍼스타 감사용>이 떠오르는데, 이 영화는 움직일 준비가 돼 있는 관객의 마음조차 꽁꽁 묶어버린 실패한 영화가 되었다.

* 노브레인의 출연이 없었다면 <라디오 스타>는 굉장히 밋밋해질 위험이 있었다고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