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기권

오늘은 광주 서구청장 재선거날이다. 난 투표 안했다. 투표권을 갖게 된 이후 투표 안한 건 처음이다. 이유는 투표하고 싶은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면 간단하지만, 글쎄 마음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은 것 같다.
진보신당 후보가 있으면 묻지마 투표를 하고, 민노당 후보라도 있으면 '비판적' 투표를 한다. 나름 투표원칙으로 삼고 있는데, 이번에는 단일화되는 바람에 지지 후보가 없었다. 참여당 서대석 후보가 야4당 단일후보로 나서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지의사는 생기지 않았다. 선거현수막에 '노무현 비서관 출신'이라고 홍보하는 것도 영 마뜩치 않고.
선거운동 기간 중 윤난실 진보신당 부대표가 서대석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유세를 보면서 한쪽 마음이 휑 했다. 물론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면 정치인이 아니겠다만, 이름없는 진보신당 지지자인 나로선 아무리 단일후보라 하더라도 인물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도저히 투표는 못하겠더라.
결국 우리집에서는 아빠만 투표했다. 내가 찍을 사람 없어서 안하겠다고 하니 엄마는 글믄 나도 안할란다...
일단 투표는 하되 투표용지에 다른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는 식으로 무효표를 던질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마음도 있었고.
여하간 생애 첫 기권을 했는데 잘한 건지 못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지지 후보가 없다는 게 마음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