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대물>, 자꾸 손발 오그라들게 할끄야?

드라마 <대물>을 보게 된 이유는 딱 두가지다. 정치드라마이고 고현정이 나오기 때문. 정치드라마나 법정드라마는 웬만하면 챙겨보는 편이다. 고현정은 중학생 시절부터 나의 여신. 고현정이 나오는 정치드라마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만. 갈수록 이거 정말 봐야하나 싶을 정도로 참고 보게 된다.
정치 외압설은 그러려니 하고 박근혜 띄우기설 같은 건 뜬금없다 싶은데, 유치한 설정들 때문에 모처럼 나온 정치드라마를 즐기기 힘들다. 부패 정치인들 까는 것은 진부하긴 해도 참고 보겠는데, 서혜림이라는 정치인 캐릭터는 좀 아니다. 어른들 세계에 어린아이를 밀어넣은 것처럼 생뚱맞은 설정들이 너무 많다. 국민의 편에 서는 정치인이라든지, 우리가 원하는 정치인 그런 상을 그리는 건 좋은 일이다만, 꼭 그렇게 바른생활 교과서를 어리숙하게 낭독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보여줘야 할까?
초짜 정치인이 겪는 좌충우돌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개연성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실감나는 정치인의 세계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무척 아쉽다. 앞으로 서혜림이 정치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정치'를 보여줄지도 모르겠는데, 지금까지는 고현정이라는 '대물'의 연기가 아까울 만큼 억지스럽고 유치한 연출이었다. 압권은 서혜림이 보궐선거 중에 비를 맞으면서 유세를 하고 주민들이 들고 있던 우산을 내리고 같이 비를 맞는 설정. 그리고 국회의원이 된 서혜림이 방송토론 중에 원고에 없는 소신발언을 하고 방청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설정. 고현정의 연기 때문에 참고 보긴 했다만, 손발이 오그라드는 건 나뿐은 아닐 것 같다.
자기 생각을 말하기 전에 항상 소심하게 '잠깐만요' 하는 것도 당차고 할말 하는 서혜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설마 서혜림의 '잠깐만요'를 유행어로 밀고 있는 거 아닌가. ㅋ
정치인을 소재로 한다고 해서 다 정치드라마가 되는 건 아니다. 실감나고 흥미진진한 정치드라마가 한국에서 나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