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동'을 말하지 않는 사회

이마트의 '피자'에 이어서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이 논란이 되었다. 롯데마트가 판매중단하기로 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만, 영 씁쓸하다.
프랜차이즈 치킨업체들의 과잉가격도 욕 먹고, '통큰치킨' 덕분에 가격경쟁 되면 더 싼값에 치킨 사먹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대기업이 영세상인들 돈벌이까지 집어삼키는 파렴치도 욕 먹고. 파격적인 가격의 치킨을 미끼삼아 소비자를 마트로 끌어들이여는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다 좋은데, '가격'에만 논점이 집중되는 모양새라 아쉽다.
자본주의의 경제학에서는 시장에서 합리적 가격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만, 살아 숨쉬는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진 않다. 원자재 비용을 낮춰서 가격경쟁력을 올리기도 하겠다만, 피 토하는 가격경쟁의 현실에서 자본은 결국 노동자의 저임금을 획책할 수밖에 없다. 자본이 비정규직 노동자 확산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다국적 기업이 가난한 나라의 아동·여성 노동 착취하는 이유.
우리는 소비자로써 더 싼 가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생계마저 위태롭게 하는 저임금으로 이뤄진 가격이라면 어쩔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는 사회. '가격'에 대해서는 침 튀기며 말하지만, '노동'에 대해서는 사전합의라도 한 것처럼 침묵하는 사회.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를 말하는 사람들조차 '노동'을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소비는 가격과 거래를 중심으로 한 경제행위로만 인식될 뿐,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수없이 발생하는 노동은 관심 밖이다. '노동'을 말하지 않는 사회는 관계가 배제되고, 관계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회는 '노동'을 말하지 않는다. 이런 사회에서 연대는 언감생심일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