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김예슬 선언>
opinion

책 <김예슬 선언>

오늘은 약속했던 라이딩을 떠났는데, 출발 30분만에 호남대 정문에서 널부러져 보온병에 담아온 온수로 기어이(!) 컵라면을 먹으려는데, 한 사람분 온수가 부족하여 도서관 정수기까지 다녀오는 수고를 했고, 함평 월야면에 가서 복분자에 절인 한우 고기를 먹고 막걸리도 한잔씩 마셨으며 육수에 밥을 비벼 먹은 뒤 광주로 돌아오자마자 W 형의 작업실 이사를 돕느라 진땀 조금 빼고 사례로 기네스 1병과 비누 1개를 득템하고, 후루룩 짭짭 맛있는 해물탕을 얻어먹고 집으로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동네 피자집에서 5천원짜리 고구마 피자를 사와서 부모님이랑 맛나게 먹은 하루였다.
즐겁고 고생스러우면서 배도 부른 하루였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김예슬 선언> 책을 드디어 손에 넣었다는 것.
2주쯤 전인가, 무각사 로터스 갤러리에 박노해 사진전 구경갔는데 북카페에 '박노해가 추천하는 책'들이 진열돼 있었다. 그 중에 김예슬의 책이 있었다. 별 고민 없이 바로 샀다. '유럽에 '공산당 선언'이 있다면 한국에는 '김예슬 선언'이 있다'는 게 나의 호들갑이니까. 이런 책은 기념으로 소장해야 하는 거다. 다행히도 김예슬은 많은 글을 쓰지 않았고, 문고판 크기의 얇은 책이었다.(그러므로 값이 비싸지 않았다!)
이날 처음 만났고 저녁식사를 같이 하게 된 분이 대뜸 '빌려가도 되냐'고 했고, 거절 못하는 착한 성미를 가진 나는 '그러세요'하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돌려받게 된 것이다.

김예슬의 선언과 행동은 위대하고 사회적으로 가볍지 않은 무게를 지닌 것이었지만, 그의 삶도 그러길 기대할 생각은 없다. 진보든 보수든 많은 사람들이 김예슬의 향후 행보와 삶에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김예슬이 진보적인 활동을 하면서 뭔가 보여주기를 기대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김예슬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때론 성공하고 때론 실패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김예슬 선언'이 한국사회에 던진 화두나 파장의 무게 만큼 그의 삶이 구속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김예슬이 생각하는 김예슬의 삶을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예슬이 진보적 활동가의 삶을 살든, 아니면 대학에 복적하든 김예슬은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 선택할 권리가 있으므로.
우리가 되새기며 잊지말아야 할 것은 '김예슬 선언'이고, 인간 김예슬의 삶은 김예슬에게 맡기는 게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